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청년 하나가 큼직한 가방을 들고 통로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목에 힘을 주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에게 좋은 물건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칫솔입니다. 한 개에 200 원씩 다섯 개가 묶여 있습니다. 딱 1000원입니다. 뒷면에 영어로 Made in Korea 라고 쓰여 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수출했다는 겁니다. 수출이 잘 됐을까 요? 망했습니다. 자, 그럼 여러분에게 한 개씩 돌려보겠습니다." 그는 익숙한 솜씨로 칫솔뭉치를 사람들에게 돌리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 여기서 제가 몇 개나 팔 수 있을까요?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합니다. 잠시 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는 분주하게 차내를 돌고나서 다시 가운데 우뚝 서서는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칫솔 2개 팔았습니다. 제가 실망했을까요? 안 했을까요? 예, 실망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여기서 포기하겠습니까? 아닙니다. 다음 칸으로 갑니다!" 승객들이 폭소를 터뜨리는 가운데 그는 유유히 다음 칸으로 건너갔다.


-다음 칸으로


신문을 볼 때 가슴을 제일 답답하게 하는 것이 정치면이다. 말은 그럴 듯하게 포장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 자기의 이익을 위해 몸부림치는 처연한 모습들이다. 사람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사는 것은 당연하다. 이기심이 없고서야 어찌 생명을 부지할 수 있으며 자기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가? 인류의 역사는 다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것이 인간적인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런데도 굳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떠벌리니까 보기 싫다는 것이다. 권력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야 하는 것인데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고 이를 더 차지하려는 자들이 탐관오리가 되기를 자처하기도 한다. 정말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 아니다. 사람이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권력에 눈이 먼 사람을 자리에 앉히니 그곳이 흔들리고 주변이 어지러우며 많은 사람이 피곤한 것이다.


-사람이 자리를 만들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모자라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이때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웃으며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암 때문에 인생의 나머지를 좌절하면서 보낼 수 없다고 자리를 털며 일어나는 사람도 있는데 하물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부질없는 작태 때문에 분노의 칸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다음 칸에는 희망의 햇살이 찬란히 비칠지도 모른다. "제가 실망했을까요? 안 했을까요? 예, 실망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여기서 포기하겠습니까? 아닙니다. 다음 칸으로 갑니다!" 실망스러운 현실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 젊은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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