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부터 후보 출마 조건이 바뀌는 것에 대해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기존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5년 이상 교육경력이 있어야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련 조항이 내년 6월이면 효력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교육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분분한 논의가 있어 왔다. 어떤 사람은 교육은 본질상 규범적이고 이상 지향적이어서 현실에 기반을 둔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교육계에 정치적 비합리나 술수가 난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일종의 허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교육은 정치에 깊숙히 개입돼 있어 현실정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때문에 교육과 정치는 속성상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나름대로 논리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적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인들이 교육감으로 대거 당선될 경우를 예상해 보자. 당선된 교육감의 당파성이나 이념성 및 정치성에 따라 교육정책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정책이 지역적 특수성과 무관하게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요동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돌아 올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헌법 31조 4항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3월 25일 헌법재판소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중대한 판결을 내렸다. "교육이 국가권력이나 정치적 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교육이 본연의 기능을 벗어나 정치영역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교민(敎民) 편에서 "나라의 통치행위는 백성을 교육하는 일일 뿐(民牧之職 敎民而已)"이라고 말했다. 나라의 토지나 재산을 균등 분배하는 일이나 세금과 요역을 균등하게 매기는 일도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함이오, 군현을 설치하고 목민관을 두거나 형벌이나 법규를 밝히는 일도 백성을 교육하기 위함이라 했다. 결국 제도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으면 교육을 통한 교화를 일으킬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선치(善治)를 옳고 좋은 정치로 봤으며 교육이 올곧게 서지 않으면 결코 선치에 도달할 수 없다고 인식했다. 다 아는 것처럼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다.

교육정책이나 제도 수립은 거시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육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때 국가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교육감 후보의 교육경력 존속 법제화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온전한 교육자치를 실현, 지역주민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각 지방에 적합한 교육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그것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교육제도의 실천이며 국가발전의 초석 역할을 감당하는 일인 것이다.



/김재국 세광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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