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더위에 쫓기듯이 차를 몰고 달리다보니 얼마 전에 다녀온 북유럽의 연수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짧은 일정에도 스톡홀름의 이곳 저곳을 방문하여 스웨덴 복지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중에서 아동복지의 현장인 어린이집 방문이 가장 인상적이다. 시의원을 시작하면서부터 청주시보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평소에도 어린이집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스웨덴의 아동복지와 그 현장이 몹시 궁금했던 것이다.

스웨덴은 만 12개월이 지나야 보육시설에 어린이를 맡길 수 있다. 그전에는 부모가 직접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육아휴직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아이는 부모가 직접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한다. 스웨덴에는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한데, 장관도 판사 등 고위공직자라도 부부간에 조정에 따라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를 직접 데려와야 한다. 실제로 어린이집을 가보니 입구에 유모차들이 줄을 서서 세워져 있었다. 얼마전 청주시에서 발생한 통학차량에 의한 어린이사망사고가 떠올랐다. 그 사고 이후 국회에서까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했지만, 근본적으로는 통학차량에 아이들을 맡기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 보육료는 개별부담이고, 이 개별부담은 가정의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사전에 소득에 관계없이 아동수당이 다 지급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는 거의 매일 야외활동을 하는데, 아이들을 놀이를 통해 유대감과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큰 목표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보육시설에는 어디나 교재교구, 장난감들이 빼곡한데, 스웨덴의 어린이집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런 것들이 어린이들의 창의성 발달에 저해가 된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방문한 어린이집에는 한국인 선생님도 있었는데, 둘러보니 교사들중에 외국인이 많았다. 어린이집 원장의 방침으로 외국인선생님들을 많이 뽑고 학부모들도 좋아한다고 한다. 일찍부터 다문화·다언어를 접하게 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스웨덴에서 만난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영어를 술술 이야기한다.

어린이집 어디에도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는 표시가 없었다. 사물함, 옷걸이, 식기, 놀이기구, 화장실 어디를 둘러봐도 색깔구별도 없었다. 물어보니 어린이집에서 양성평등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스웨덴에서는 어디를 가나 거의 대부분의 화장실이 남녀공용이다. 남자용 소변기를 구경하기가 어렵다. 물어볼 필요없이 남녀간의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인데, 의문은 들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느 화장실을 가나 참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연수였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스톡홀름 시민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복지국가 스웨덴의 깊이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서지한 청주시의원(복지환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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