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들판 사이로 달려온 수 십대의 차량들이 일시에 몰려드는 시간이라 교통안내를 하는 직원들의 빨간 안내봉이 섬광처럼 빛난다. 아이들이 방학을 시작함과 동시에 개설되는 연수 과정이 여럿이다 보니 과학 고등학교 강당까지 이용해 개강식을 하고 우리 원에서 연달아 다른 개강식이 시작된다. 오신 명강사님을 교실에 안내하고 각 지역의 찾아가는 현장연수 개강식과 수료식을 위해 곳곳으로 다시 출발한다. 각 지역에 거주하는 교직원의 편의를 위해 그 곳에서 원하는 맞춤형 연수를 개설, 운영하고 멀리서 이곳으로 오는 연수생들을 위한 버스를 운행하며 기숙사를 제공하고 있으니 짧은 기간이지만 변화를 실감한다.

하긴"가장 현명한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배우는 사람"이라고 탈무드는 알려주지 않았던가. 방학이면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서 개 복숭아를 따먹고 아직 껍질이 새파란 호두를 돌멩이로 까느라 원피스에 물이 들어 어쩔 줄 모르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래서 방학은 아이들도 선생님도 다 쉬는 시간이라고 단정 지은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피나는 자기 연찬의 기회를 가지며 교수방법지원도 그에 맞게 진일보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교직원이나 연수생들이 역동적으로 호연지기를 키워서인지 야생화를 비껴가며 며칠 전 깎은 잡초들도 풀냄새가 가시기 전에 덩달아 한 뼘 이상이나 컸다. 워낙 넓은 상야리의 부지다 보니 앞뜰의 풀을 깎고 나면 뒤뜰의 잡초들이 무성한데 연수생들에게 지장이 되지 않게 한동안은 그냥 지켜봐야 될 것 같다. 새로 조성한 2.3㎞의 둘레 길은 폭염 속에서도 인내심을 발휘하는 기다림을 알려주고 푸르른 소나무 숲 속 다람쥐들은 오늘도 쳇바퀴를 돌리느라 일곱 마리인지 여덟 마리인지 분간이 안 된다. 다람쥐는 개성이 강해 공생을 못 한다고 하는데 청정 자연에 동화가 됐는지 서로 잘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 같다. 새로 지은 아름다운 유아교육진흥원 주변에는 유치원 아이들의 자연학습을 위해 토마토, 가지 등이 열리는 텃밭을 만들고 연못을 조성했는데 연꽃이 만발해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그 흙탕물 속에서도 조그만 흔들림 없이 청초하고 곱게 핀 연꽃을 바라보며 진정한 교육은 저래야 되지 않을지, 연꽃을 심은 깊은 뜻을 헤아려 본다. 관심을 두고 바라보니 수심이 깊은 가운데의 연꽃들은 물 위에 연꽃송이만 띄우고 있는데 수심이 얕은 못가의 연꽃들은 잎사귀와 대궁이 무성하게 크다. 같은 물 속의 연꽃들도 생태환경에 따라 저렇게 성장이 달라지는데 하물며 서로 다른 인간을 교육함에 있어서야 각자에게 맞는 관심과 디테일한 맟춤형 교육이 당연할 것이다 '가르치는 보람. 배우는 즐거움'을 모토로 하는 고품격 감동 연수의 하루가 매미 소리 속에 저물어 간다.



/이영희 단재교육연수원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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