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탑에 담긴 아쉬움 달래고 시골길 여유 만끽
대청호 붉게 물들이는 일몰에 탄성이 저절로

[충청일보]대청호의 속살을 간직한 후곡리 이다리 마을로 가는 길은 소전리 마을 입구를 바라보며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난 좁은 산길을 따라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지마을 소전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대청호를 향하여 반도처럼 길게 뻗어나간 후곡리와 가호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오지중의 오지마을이다. 숯고개로 가는 북대골 고갯마루에 사향탑이 있어 차를 세우고 사연을 들어 본다.

"아 ! 조상 대대로 살아온 내 고향 서로를 귀히 여기고 언제나 정성을 다하여 정을 나누웠던 내 고향 벌말이여 ! 내 고향 벌말이여 !..."
▲ 숯고개 정상에 있는 사향탑. 이름 그대로 고향을 생각하는 탑인데 대청호에 잠긴 옛 벌말마을 사람들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다. © 편집부


대청호 수면 아래 고향과 추억을 묻어버린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이 이곳에 남아있어 아쉬움을 나누어 본다.

사향탑을 지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작은 길을 따라가다 언덕 같은 숯고개 정상에 차를 세우고 고갯길 좌측으로 보이는 산길을 따라 이달봉(257m)을 오른다.

때 묻지 않은 원시림처럼 거칠기만한 산길을 오르니 대청호를 바라보며 길게 이어지는 산줄기와 좌우로 펼쳐지는 호수를 바라보는 풍광은 좋은데 산길 정비와 전망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래 이 지역은 벌목으로 숲이 사라지고 있다.

220봉을 지나 우측으로 대청호가 넓게 보이는 방향으로 산길을 내려서니 가호리로 가는 포장도로가 나오고 마을 앞으로 멋진 풍광이 펼쳐지고 있다. 뒷골마을 길가의 작은 시골집 마당에 노부부가 꿀벌을 치며 도란도란 사는 모습이 보기좋고, 시골집에 계시는 어머님을 생각하게 한다.

뒷골마을 앞 대청호변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대청호를 붉게 물들이며 대청호를 아름다운 풍경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대청호 500리에서 대전 방향이 일출이 좋다면 충북 방향은 일몰이 아름답다. 이곳의 일몰은 한번 본 사람이면 쉽게 잊혀지지지않는 장관 중 장관이다.

▲ 이다리마을 앞에서 바라본 대청호. 조용하고 가끔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시원하다. © 편집부

뒷골마을 앞갈대밭 호반길을 헤집고 습지를 지나 산길을 따라 가면 대청호에 잠긴 벌말마을의 상수도 물탱크가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그 앞으로 넓은 수면 아래 물속에 잠겨있는 용흥초등학교가 지금은 물고기들을 학생으로 대신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연안 이씨 묘소가 이곳의 역사를 말하고 연안 이씨의 호가 '후곡' 이라 후곡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벌말마을자리에서 숯고개로 가는 호반길도 걸어볼 만하다. 고향마을을 지키고 있는 최성근 씨 집을 지나 숯고개로 향한다.

이름도 정다운 이다리길은 정비가 잘 된 걷기길은 아니지만 고향마을처럼 정겨운 모습이 대청호와 어울리고 있어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걸어볼만한 길이다.


▲ 숯고개마을로 가는 시골길. 어머니가 있는 고향집으로 가는듯한 한적한 길이다. © 편집부


△걷기길1:후곡리 숯고개→용흥초등학교 기념비 방향 산길→이달봉(257m)→220봉→능선길→뒷골마을 양봉집→노인회관→호반길, 습지→구봉산 산길→호반길→대청호 물속의 벌말마을과 용흥초등학교 터→연안이씨 묘소→호반길→숯고개 마을→숯고개 정상. 산길과 호반중심 순환형 걷기길, 4시간 30분 소요

걷기길2:후곡리 숯고개 정상→이다리 마을길→뒷골마을 노인회관→호반길, 습지→구봉산 산길→호반길→대청호 물속의 벌말마을과 용흥초등학교 터→연안이씨 묘소→호반길→숯고개 마을, 연안이씨 사당-숯고개 정상. 호반중심 순환형 걷기길, 3시간 30분 소요 약 4시간 소요)

/송태호 '청주삼백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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