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기술 사례 하나. 198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기원됐다고 알려진 성병 바이러스 에이즈가 창궐하여 당국에서는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자 우선 젊은 대학생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대중 광고로써 에이즈 방지 켐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였다. 광고 메시지의 주요 핵심은 에이즈는 죽음으로 이르는 치명적인 감염 바이러스로서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이고 무분별한 성적 접촉을 삼가야 할 것이며, 피치 못 할 경우 피임기구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는 메시지였다.

사안이 심각한지라 당국에서는 꽤 신경써서 전국적인 규모로 장기간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후효과조사를 통해 점검해 보니 정작 광고 메시지 설득 대상인 젊은 대학생들에게 이 메시지가 잘 먹혀들고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도대체 왜 많은 예산을 들이고도 설득이 되지 않는 것인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결과 매우 결정적인 주요 사항을 발견하게 된다. 설득 대상인 젊은 대학생들에게는 죽음이라는 것이 결코 공포스럽게 다가오기는커녕 그들에게는 별로 실감나지 않는 것이며, 팔팔하게 살아있는 그들 젊은 청춘에게는 추상적인 먼 이야기로만 들릴 뿐인 개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묘안을 낸 것이 이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대상이 무엇인가를 찾아냈는데, 에이즈에 걸리면 자신들의 얼굴이 형편없는 몰골의 추한 모습으로 변하고 말 것이라는 공포심에 대한 것이었다. 곧 수정된 이 광고 메시지 콘셉트는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도 성공 광고 메시지 사례로 남아있다. 결국 소통을 제대로 하자면 소통의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된다는 것이다. 소통에 관심을 둔 전공자로서 생활 가운데에서도 늘 소통문제가 관심거리다. 며칠 전 대낮에 학교 옆 골목길을 지나치다가 일군의 남녀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관심거리가 발동하여 굳이 이 아이들에게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이 다가가니 잔뜩 경계심 어린 얼굴로 고개를 쳐들고 보란 듯이 빡빡대며 특유의 반항기를 드러낸다. 어허 이놈들 담배 피우는구나. 여학생이 담배를 피우네. 그 냄새나는 것이 뭐가 그리 좋다더냐.

할부지 냄새 그거 남학생들이 좋다 하겠나. 당장 치워라. 그게 뭐냐. 야 그봐 뭐랬어. 빨리 꺼라 빨리. 그 중 담배를 안 피우고 서있던 한 여학생이 동조를 한다. 아. 예 알겠습니다. 하더니 곧 바로 땅바닥에 피우던 담배를 비벼끄고 겸연쩍은 듯이 그 장소를 벗어난다. 그리고 모바일로 본 신문기사가 눈에 띄는데 흡연 중인 학생들에게 흡연 후 남게 되는 악취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기사다. 청소년 금연 설득에 이 소통의 기술을 적극 권하고자 한다.



/정창준 청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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