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3대 조건으로 의(衣), 식(食), 주(住)가 있다. 육신을 보호하고 치장할 수 있는 의류가 있어야 하고, 인간의 생명을 지탱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 비축을 위한 여러 종류의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며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서의 쉼터인 집이 있어야 한다.

식(食)과 주(住)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생명체가 나름대로의 자기들의 방식에 의해 만들어지겠지만 의(衣)는 유독 인간들에게만 허용된 특허치장물이다. 이것은 인간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의(衣)는 생리적 현상이나 계절과 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스스로의 해결 방법이 있다.

모물(毛物)의 짐승들은 계절 변화에 따른 털갈이를 한다거나 활동할 수 있는 계절에 많은 에너지를 비축하여 추운 겨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랜 겨울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인간은 치장물을 벗기면 그냥 벌거숭이 일뿐 의(衣)에 관한 어떠한 생리적인 기능이 없다. 어떻게 보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소비가 아닌 생산적인 방법으로 의(衣)를 대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은신처와 영역이 있고 편안한 휴식과 번식을 위해 지정된 장소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주거공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주거 형태는 먼 옛날 원시적인 생활에서는 자연을 바탕으로 하여 동굴 같은 곳에서부터 시작하였으며 움막집과 토담집 그리고 차츰 발전된 생활에서 초가집과 기와집이 성행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고향의 초가집을 그리워하고 옛 향수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주거공간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둔탁하면서도 무게 있는 현대식 건축양식으로 변천되었다.

아늑한 생활공간으로 설계된 오늘의 주거환경에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야 될 문제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소유의 주거공간을 보유하고 이것을 또한 둘도 없는 소중한 재산으로 생각하고 이러한 주거 공간자체는 곧 바로 부(富)를 상징하게 되었고 필요에 의한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크고 작은 돈 뭉치로 생각하는 사치성 재산품목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우람하고 커다란 저택은 고위층이 아니면 돈 많은 재벌들이나 소유할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 일반 사람들에게는 꿈의 동산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집이 아닌 어마어마한 뭉칫돈으로 보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삶에 터전이며 휴식공간인 우리의 주거문화는 가족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단란한 생활공간으로서 모두의 가족이 보호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주거 공간이 되어야 한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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