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향후 진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험난한 대선정국에서 민주당이 독자생존을 고집하기에는 안팎의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의석 7석에불과한 소수정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고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도 1% 안팎에 불과한실정이다.


이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이 세확보 차원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민주당에 연대나 후보단일화를 하자는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외풍'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미 민주당의 상징적 존재였던 조순형 의원은 탈당했고 장전형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 이윤수.안동선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 캠프에 각각 둥지를 틀었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갈 사람은 다 건너갔다"면서 자위하고 있지만 위기의식은 점차 깊어가고 있다.

당내에서는 향후 진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독자노선 고수, 신당 정 후보와의 단일화, 한나라당 또는 이회창 후보와의 연대론 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인제 후보가 중도개혁정권 창출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독자노선파, 개혁세력 후보단일화파, 보수진영 후보와의 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자연스레 박상천 대표와 이인제 후보의 의중 및 결단의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사람은 전날 별도로 만난 데 이어 각각 주변 참모들을 상대로 의견수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일단 대선후보 tv토론을 한두차례 진행한 뒤 이 후보의 지지율 변화추이를 지켜보고 진로를 결정하자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마지막으로 한번 지켜보자는 것.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이날 tv토론 준비에 하루 일정을 꼬박 투자했다. 이 후보는 토론회에서 정동영 후보를 국정실패 후보, 이명박.이회창 후보를 수구부패 후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을 대안후보로 지지해줄 것을 호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tv토론 이후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여전히 1% 안팎에 불과할 경우 어떻게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주말 내지 내주초 사이에는 '독자노선 고수냐, 단일화 및 연대냐'를 놓고 토론을 통해 당 진로를 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당내에서는 신당과의 후보단일화로 갈 가능성이 많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원들도 이에 발맞춰 다시 신당과의 단일화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최인기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후보단일화를 더 미루는 것은 대선을 포기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한 표라도 더 모으기 위해 늦어도 13일 부재자 투표이전에 단일화를 이룰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상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부패세력에 정권을 맡겨서는 안되기 때문에 단일화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와의 연대론도 여전히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공동정부의 한 축을 구성할 경우 세력 보존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측에서 동서화합과 실용보수 성향의 공동정부 구성 등을 명분으로 연대 제의를 해온 것으로 안다"며 "정체성의 문제가 있지만 총선 등 실리를 고려하면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명박 연대론'이 당내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는 순간 정체성 문제로 인해 내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이른바 '한-민 연대'로 인한 여론 역풍이 아예 민주당을 소멸위기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회창 후보와의 연대론은 일단 잦아드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이회창 후보쪽으로 갈 사람은 다갔다. 이 후보는 민주당과 정체성 및 뿌리가 다른 데다 이 후보와 손을 잡을 경우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고사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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