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월요일은 대학 개강일이다. 두 달 가까이 여름방학을 보내는 동안 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제자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나는 이번 방학 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두 번의 홈스테이를 경험했다. 한일 간 유일하게 관학협동이 맺어진 우리 대학과 일본 아마쿠사시(天草市)는 매년 활발한 교류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름방학을 이용한 홈스테이다. 그 동안 우리 학생만 아마쿠사시로 보냈는데 작년부터는 아마쿠사 시민들이 청주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돼 명실공히 상호교류가 이뤄진 셈이다. 7월 25일부터 8월 5일에 걸친 2주 사이, 그것도 기록적 폭우와 폭염 속에서 각각 4박 5일씩 두 건의 홈스테이를 진행하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한일 양국 모두 작년 말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영토·과거사 문제가 불거지고 외교적 마찰과 갈등이 심화된 시기라 나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괜히 이런 시기에 가서 학생들이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심지어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는 일본인들의 거친 언행에 마음에 상처라도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기우였다.

다행히도 홈스테이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일이 편안하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마쿠사시 도착 당일 시장님이 직접 환영회를 열어주시고 학생 한명 한명에게 손수 기념품도 전달해주셨다. 특히 감사한 것은 학생을 대하는 호스트패밀리들이었다. 이번에 13명이 참가했는데 호스트들은 자기 집에서 머물게 된 우리 학생들을 '게스트(guest)', 즉 '손님'이라 부르지 않고 '한국에서 온 우리 아들·딸'이라 불러주는 것이었다. 교류 일정이 너무 짧다고 쩔쩔매면서 하나라도 더 먹여주고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어 8월 1일부터 6명의 아마쿠사 시민들을 맞아 청주에서 실시된 홈스테이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더니 마치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것처럼 금방 친해졌다.

한 집에서 먹고 자고 서툰 일본어·한국어 섞어 함께 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거기에는 정치도 외교도 없었고 그저 사람과 사람만 있었다. '보통 일본사람'과 '보통 한국사람' 말이다. 미국 사회학자 라인홀드 너버는 명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애국심은 개인의 희생적 이타심을 국가의 이기심으로 전환시켜버린다"며 맹목적 애국심과 국가의 이기성을 비판했다. 교류 마지막 날 아마쿠사공항에서, 청주가경버스터니널에서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게스트도 호스트도 서로 부둥켜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상대방이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마음엔 미움도 분노도 국경도 없었다. 청주 일정을 마치고 아마구사 시민들과 서울투어를 했을 때 일본대사관 앞에서 종군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내 설명을 듣고 동상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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