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홈스테이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일이 편안하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마쿠사시 도착 당일 시장님이 직접 환영회를 열어주시고 학생 한명 한명에게 손수 기념품도 전달해주셨다. 특히 감사한 것은 학생을 대하는 호스트패밀리들이었다. 이번에 13명이 참가했는데 호스트들은 자기 집에서 머물게 된 우리 학생들을 '게스트(guest)', 즉 '손님'이라 부르지 않고 '한국에서 온 우리 아들·딸'이라 불러주는 것이었다. 교류 일정이 너무 짧다고 쩔쩔매면서 하나라도 더 먹여주고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어 8월 1일부터 6명의 아마쿠사 시민들을 맞아 청주에서 실시된 홈스테이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더니 마치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것처럼 금방 친해졌다.
한 집에서 먹고 자고 서툰 일본어·한국어 섞어 함께 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거기에는 정치도 외교도 없었고 그저 사람과 사람만 있었다. '보통 일본사람'과 '보통 한국사람' 말이다. 미국 사회학자 라인홀드 너버는 명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애국심은 개인의 희생적 이타심을 국가의 이기심으로 전환시켜버린다"며 맹목적 애국심과 국가의 이기성을 비판했다. 교류 마지막 날 아마쿠사공항에서, 청주가경버스터니널에서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게스트도 호스트도 서로 부둥켜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상대방이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마음엔 미움도 분노도 국경도 없었다. 청주 일정을 마치고 아마구사 시민들과 서울투어를 했을 때 일본대사관 앞에서 종군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내 설명을 듣고 동상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없이 눈물을 흘리던 고등학교 2학년 여고생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