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넘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잠을 깨운다. 몸과 마음에 특별하게 충격을 주던 유례없는 불볕더위도 입추, 말복, 처서가 지나고 나서 조석으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도 더위가 기승을 부렸으니 몸은 지칠 대로 지쳤고, 몸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니 매사 의욕도 상실되어 정말로 올해 더위는 온 국민에게 미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작년 강원도 영월의 38도 최고온도를 깨고 올해 울산은 40도 기록을 경신했으니 내년은 또 어떤 기록을 세울까 심하게 염려가 된다.

더구나 올해는 다른 해보다 유독 기침을 하거나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지인이 많았고 나도 찬 음료. 찬 음식, 선풍기, 에어컨으로 더위를 맞서 보았지만, 기상이변을 사람이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일 년을 3개월로 나누어 뚜렷하게 구분했던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이제는 덥거나 추움의 기간이 길어지니 그 부분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아무리 아우성을 친들 절기대로 이렇게 기후가 변하니 그 또한 성급한 생각은 아닐까 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세일즈 외교 대통령이 되겠다고 급하게 수정을 했다. 이것은 국무회의에서 4개 항의 경제민주화법까지 새로 입법하며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유도하여 바닥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대통령의 뜻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야당은 중소기업 대통령은 선거용 구호였을 뿐이라고 공격을 하고 여당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경제민주화의 의지는 절대로 후퇴한 것은 아니니 그 말에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단다.

출범 초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바로 잡아보겠다고 새 정부가 나섰었다. 그러자 기존으로 만도 규제가 심해 투자를 꺼리던 대기업은 더욱더 국내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외면했고 외국 쪽으로 관심을 두었다. 그러다 보니 반년이 지났지만, 딱히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통령이 이제는 외국을 상대로 세일즈를 하는 대통령으로 나섰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 대통령만의 뜻대로 결코 중소기업이 살지 못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정치와 경제의 권력 중 어느 것이 더 강한가에 대해 국민은 수시로 화제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동행을 하여 최대의 가치를 창출해야 할 두 가지 힘이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정치권이나 경제계 모두는 결국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부강하고 잘 살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화합하기 보다는 서로 자기 목소리 내기에 급급하다보니 올바른 국정을 운영하려는 바른 뜻도 때론 흔들리고 우회할 수밖에 없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여름 더위는 사람에게는 괴로우나 식물에게는 더없이 유익하다고 한다. 강한 햇볕 덕분에 곡식이 여물고 온갖 열매가 결실을 맺게 되니 어찌 더위를 원망하며 주먹질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삼복에는 몸을 보양해주는 음식으로 복다림을 하는 지혜로운 풍습도 있고 백중날에는 뙤약볕 밑에서 농사를 짓느라 곤했던 몸을 잠시 쉬게 해주는 백중놀이라는 풍습을 우리 민족은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혜안을 가진 민족임이 틀림없음을 복다림과 백중놀이 두 가지가대변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저 혼자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저 혼자 열매 맺는 식물이 어디 있으랴.



/한옥자 청주문인협회 부회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