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포럼>김완하ㆍ문학가 · 한남대 문창과 교수

어둠이 내리는 거리에는 각 정당의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흥미를 갖지 않는 눈치다. 어찌 보면 대선의 기로에 서있는 지금 시점이 대단히 중요하겠는데, 12명씩이나 입후보 등록을 하는 혼전양상을 보였고, 그 가운데 3파전의 양상이 뚜렷하게 겹치면서 흥미를 잃게 한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3파전의 중심축으로 합종연횡하는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부르짖고, 비비케이 수사 무혐의 발표 이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세론으로 쏠린 듯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상대편에 대한 공격적인 광고가 등장해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방식이 등장하였다. 그만큼 정당들은 공격적인 정치를 펼쳐서 무덤덤한 시민들의 반응을 각 정당의 싸움판으로 끌어가려는 의도를 보인다.

이따금씩 선거 유세차량이 확성기를 틀고 지나가고 사거리 한 귀퉁이에서는 대학생 아르바이트 선거운동원들이 요즈음 유행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자기들만의 율동에 빠져 있다. 그러나 이미 그 식상한 움직임에 누구도 눈길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선거가 좀 더 가까워졌다는 다소의 느낌을 전달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시민들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이번의 대선은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이 뜨겁게 달아오른 듯하다. 그러나 너무 오래 끌어온 탓으로 시민들의 반응은 정작 담담하게 여겨진다. 대전 충청권은 그동안 대선에서 변수로 작용하는 위치에 놓인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이 지역과 연계를 갖는 후보도 몇 명씩이나 출마하면서 선거에 대한 반응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대전 충청권의 입장에서는 우리 지역 후보의 출마로 선거전의 외연이 넓어졌지만 그들도 그다지 신뢰를 받지는 못하는 듯하다. 물론 지역적 연고를 강조하여 표를 찍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크게 세력을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12월로 들어서면서 올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초조감이 일기 시작한다. 거기에 우리는 너무도 중요한 대선을 앞에 두고 있다 저녁 모임에 맞추어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향했다. 길거리에는 낙엽을 비우고 앙상하게 서있는 가로수들이 남은 시간의 여운을 길게 끌고 있었다. 아직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조만간 가로수들이 꼬마전구의 장식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야 하기에 택시기사에게 채근하면서 은근히 이번 대선에 대하여 물어본다.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네요." 기사도 굳이 대선의 이야기를 논하고 싶지 않은 눈치다. 선거에 직접적으로 연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열을 올리지만 시민들은 묵묵부답이다.

그렇다. 이번 대선을 두고 대전 충청권의 흐름은 다소 모호한 분위기다. 각 당의 선거운동원들이 찾아와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아직도 크게 달아오르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모르는 일이다. 이 지역 정서의 완만한 성향들이 며칠 후에는 대세를 장악하여 대선 전체의 판도를 뒤바꾸어 놓을지도. 아무튼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김완하(시인 · 한남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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