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치료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12만 명을 넘었다. 정부가 당초 내세운 외국인 환자 유치 목표 11만 명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2009년 이후 관련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의료산업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관련 산업계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은 의료와 관광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 자체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정부·지방자치단체 및 관계 기관들의 전폭적 지원에 의한 결과라는데 한계가 있다. 당연히 향후 의료산업 글로벌화는 의료와 관광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가 주도해가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해외환자 유치사업의 경제적 분석·평가는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 견인할 수 있을 만큼 낙관적이지 못 하다. 관련 학계나 전문가 집단에서 전국 16개 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 환자 유치 효율성 분석 결과를 보면 제주도만 일관되게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2011년 이후에야 비로소 대형병원과 검진센터 등을 찾는 외국인 환자 수 증가에 힘입어 투자 대비 성과에서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나머지 14개 자치단체들은 투자 대비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외국인 환자 유치 효율성도 정부의 지원과 자치단체장들의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지, 산업계의 역량이 거의 발휘되지 못 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의료산업 글로벌화의 중심축이 하루라도 빨리 산업계로 이동해야 제대로 된 동력을 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 하다. 우리나라 병원이나 관광업계의 글로벌 역량이 전반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천 같은 국제도시마저도 의료산업 글로벌화 효율성은 40% 정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이 수치도 의료나 관광업계 자체 생산력이나 비즈니스 역량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로 외부 지원에 의해서다.

이처럼 한국에서 의료 글로벌화는 정부·자치단체 및 관련 기관 지원이 없을 경우 사업 자체가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결국 한국에서 의료 글로벌화를 민간 독자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지역은 제주도와 서울 2개 정도인데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제주는 의료보다 관광 사업이 주를 이룬다. 서울은 최근 건강검진 목적으로 67%의 외국인 환자 방문 증가를 비롯해 피부미용 44%, 성형미용 85%의 외국인 환자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의료기술 발전이나 국부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중증질환자 방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앞으로 한국이 경쟁력 있는 의료산업 글로벌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병원을 비롯한 관련 업계가 정부나 지자체 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 국제 비즈니스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있는 강소 중소기업들의 구조와 역량을 눈여겨본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상윤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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