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생태문화원왕이 인정한 충정의 나무… 수형도 한반도 최고

세조가마에 스스로 길터줘 벼슬받아 <BR>600년간 수난에 수려한 자태 무너져 가 <BR>아들 낳는 나무 전설… 마을 수호목 역할 <BR>2015년까지 보은에 후계목 공원 조성

[충청일보 조무주 대기자]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正二品松)은 충북의 자랑이다.

고고하게 자란 600년 수령의 이 소나무가 양반의 고장 충청도를 잘 상징하기 때문이다.

벼슬을 가진 나무는 정이품송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따라서 보은군은 정이품송이 고사하지 않을까 사철 노심초사 하고 있다.

600년 고송이 정이품의 벼슬을 얻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연유 때문이다.

조선시대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하늘이 노한 탓인지 종양과 피부병으로 항상 고생했다.

당시는 마땅한 약이 없었던 때라 피부병도 치료하기가 쉽지 않았다.

세조 10년(1464)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전국의 유명한 약수와 온천을 찾아 다니던 세조는 어느 날 약수로 유명한 법주사 복천암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큰 소나무 아래를 지나던 가마꾼들이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했다.

늘어진 소나무 가지에 가마가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에 세조는 가마에서 고개를 내밀어 "무엄하다! 연(輦)이 걸렸다"라고 꾸짖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가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는 것이다.

이를 가상히 여긴 세조는 이 나무에 친히 옥관자를 걸어주고 정이품의 벼슬을 내렸다.

이후 이 소나무는 정이품송(正二品松)이 됐다.

정이품송 키는 14.5m, 가슴높이 둘레는 4.77m에 달한다.

원래는 우산 모양의 단아한 모습이었으나 왼쪽의 가지가 부러지는 수난을 당해 지금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이다.

정이품송 아래에서 간절히 기도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으며 노인이 이 소나무를 안고 돌면 죽을 때 편안히 눈을 감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정이품송은 세월만큼이나 살아오는 동안 재해를 많이 입었다.

1980년대 초에는 전국적으로 번졌던 솔잎혹파리 때문에 방충망 신세를 져야 했으며 1993년에는 강풍으로 서쪽 큰 가지가 부러져 나갔다.

이후에도 강풍과 폭설에 크고 작은 가지가 부러지는 재해를 당해 단아했던 모습은 많이 사라지게 됐다.

그래도 아직은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북산림환경연구소와 보은군은 정이품송의 고사에 대비 후계목을 키우고 있다.

1980년 산림환경연구소는 정이품송 솔방울의 씨앗을 통해 자목 7그루를 탄생시켰다.

이 중 한 그루는 보은군청에 옮겨져 자라고 있으며 솔향공원에도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군청에서 자라는 자목은 그 모양새가 아비를 빼닮아 인기를 얻고 있다.

보은군은 정이품송이 있는 상판리에 후계목을 위한 정원도 조성할 예정이다.

정이품송 옆 달천 근처에 1474㎡의 공원을 조성, 후계목을 이식한다는 것이다.

군은 2015년까지 239억원을 들여 달천 주변으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개설하는데 이 사업의 일환으로 정이품송 후계목 공원도 조성하는 것이다.

이곳 후계목 공원에는 1998년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솔방울로 발아시켜 키운 15그루와 2003년 정이품송의 송홧가루를 '부인 나무'로 불리는 서원리소나무(천연기념물 253호)와 교배해 탄생시킨 자목 5그루가 이식된다.

이들 후계목은 현재 산림환경연구소에서 자라고 있다.

1998년생 자목은 키가 3.5∼4m, 밑동 지름 12㎝로 자랐고 2003년생 자목은 높이 2.5∼3m, 밑동 지름 10㎝가량으로 알려졌다.

산림환경연구소에는 현재 200여 그루의 정이품송 자목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정이품송도 언제인가는 고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충북산림경연구소에서 키운 자목 중 한 그루가 이곳에 옮겨져 후계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80년생 자목 중 한 그루가 심겨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

속리산의 자랑 정이품송이 점차 쇠약해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1980년 충북산림환경연구소가 정이품송 솔방울에서 채취한 씨앗에서 발아시킨 자목중에 보은군청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 편집부



▲ 충북에서 활동하는 시낭송회 회원들이 보은에서 시낭송대회를 마친 뒤 정이품송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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