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은 우리 인간이 어떤 대상을 식별할 때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 중 형태 다음으로 고려하는 주요 요소이다. 또한 자연물에서 오는 갖가지 색상들은 인공적인 대상에도 적용되어 미적 쾌감이나 소통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국내 대표적 정당인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최근 일 년 사이 오랜 동안 사용해오던 각자의 상징색을 획기적인 색상으로 교체하고 상징색의 소통을 시작했다. 이번 상징색의 교체가 획기적이라고 보는 것은 두 정당 모두 얼굴이나 다름없는 색을 전혀 다른 것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정당이든 기업이든 그들이 갖는 이름 또는 브랜드에 따르는 색상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위적인 것으로, 상징성과 의미를 불어 넣는 것이므로 일정 기간의 시각적 교육을 통해 친근함이 생성되어야 비로소 의도한대로 지각될 수 있게 된다. 즉, '이러이러한 의미로 알아주세요'라는 의미로 하루아침에 바꾼다고 해서 곧바로 기존의 생각과 의미들이 변화되기는 어렵고 일정 기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신호등 색상을 각각의 색상에 담긴 의미인 위험색과 안전색, 주의색 등으로서 의미들을 구분하여 기억하고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각 정당이 표방하는 당의 이념에 맞는 이미지를 형성하기까지는 역시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빨강은 조직체의 상징색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상징색 중의 하나로, 기업체 또는 상품 브랜드를 대표하는 데에 사용되어 오고 있다. 이 색상은 자연에서 전달되는 일차적인 하나의 경험색으로서 뜨겁고, 공격적이며, 위험한 즉물적인 감정의미로 전달된다. 즉,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가 상반되어 공존하는데 통상 기업 등 조직체에서는 긍정적 의미로서 차용하여 소통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산당 등 부정적 의미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빨강을 채택한 것은 보다 긍정적인 열정, 젊음, 적극성 등의 의미가 부정적 의미를 압도할 힘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읽혀진다.

그리고 민주당이 최근 새로이 바꾼 청색의 상징은 신뢰, 희망, 진취성의 의미로 설명하고 있다. 이 역시 일정 시간의 지각적 교육 과정이 필요한데, 좀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이 색상이 과거에 새누리당이 이전 한나라당 시절에까지 오랫동안 사용해 온 경험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민주당이 의도하는 방향대로 의념의 의미를 기억하고 인지하고 기억하는 데에 방해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정당의 상징색은 어디까지나 이차적인 의미를 인위적으로 부여한 것이므로 각 정당이 바라는대로 유권자들이 인식하고 친근하게 되기 위해서는 실제의 활동에서 일관성 있게 진실된 모습을 보여 주어야 그 의미들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창준 청주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