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추석 연휴에 들어간다. 특히 금 번 추석 연휴는 무려 5일이나 되서 그런지 내 집사람은 잔뜩 흥분 되어있다. 그런데 나는 추석을 앞두고 자꾸 옛날 일들이 떠오른다. 특히 어린 시절 추석 때 돌아가신 아버님 손잡고 남산에 올라 보름달을 보며 언덕위에서 구르던 추억부터 별 별 생각이 다 난다. 무엇보다 한 돌이 지나 남들 다 걷기 시작할 때 소아마비로 걷지 못해 결국 앉은뱅이가 되었고 아버님께서 내가 무슨 죄를 져서 막내가 이리 되었느냐며 벽에 머리를 박으시면서 우셨다는 말씀을 어머님으로 부터 어느 정도 컸을 때 들었는데 이제 내 나이 50 중반을 넘어 부모 심정을 알다 보니 아버님이 우셨던 모습이 그려지면서 한 없이 눈물이 흐른다. 더 나아가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 갈 아들이다 보니 돌아가실 때조차 나와 눈이 마주치자 차마 눈을 감지 못하셔서 목사님께서 강제로 눈을 감겨드리던 모습도 떠오른다. 그 후 학창 시절 툭하면 병원에 입원하여 다리 수술을 받은 결과 지금 일반 구두는 못 신어도 랜드로버라도 신고 걸어 다닌다. 하기사 내 집사람이 랜드로버 밖에 못 신는 내가 안타까워서 내 남편에게 멋진 구두 하나 사 주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참 좋은 와이프 만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성이야기가 나오니 나와 결혼을 위해 선을 보았던 아가씨들 모습도 떠오른다.


-다치셨어요?


중신애비가 내가 다리를 저는 것에 대해 일체 언급도 없이 좋은 말만 건네고 여성분을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커피숍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저녁식사 함께 하자고 하니 흔쾌히 응한다. 그런데 식사 장소로 이동하면서 순간 '다리 다치셨어요?' 라고 물어 본다. 나도 당황하여 '제가 장애인인 줄 모르고 나오셨나요?' 라고 역으로 물어 볼 수밖에 없었고 그 순간 그 여성의 표정과 눈 빛...지금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우여곡절 속에 공과 많은 인생 길 살아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걷지도 못했던 내가 남들에게 빌어먹지 않고 떳떳하게 처자식 먹여 살리는 것만 해도 내 인생 목표는 이미 초과 달성한 셈이다.


-보잘 것 없는 돌멩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나무로 치면 등 굽은 소나무이고 길가에 놓여 있는 보잘 것 없는 돌멩이 하나로 여긴다. 그런데 어느 분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길가에 놓여 있는 보잘 것 없는 돌멩이 하나가 물에 놓이면 작은 물고기들의 소중한 안식처가 된다. 산비탈에 웅크리고 있는 보잘 것 없는 한 그루 나무가 장마 때에는 산사태를 막아 고귀한 존재가 되어 준다. 못난 큰 나무는 더 가지가 무성하여 더운 여름 뜨거운 햇볕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늘이란 쉼터를 제공해 주고, 추운 겨울에는 오갈 데 없는 새들의 아늑한 보금자리 역할을 해 주는 빛과 같은 존재가 된다. 비탈길에 놓인 작은 돌멩이 하나가 주 . 정차 시 큰 트럭이 밑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이 글을 보며 내 남은 인생 비탈길에 놓인 작은 돌멩이 하나만 되어도 뭘 더 바랄 것이 있나 싶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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