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인간이 생활하는데 하나의 필요한 도구로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요지경 세상이 되고 말았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고 부와 명예가 돈의 색깔과 부피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요지경 세상이지만 돈으로 이루어진 명예는 바탕이 없고 인간의 근본이 없으면 지(知)와 예(禮)와 덕(德)이 부족하여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게 되고 투자의 대가를 바라는 비행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처럼 돈은 인간에 의해 인간의 편리한 생활수단의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 엄청난 월권행위를 자행하면서 사회악을 조장하고 민심을 야박하게 만들고 있다.

직장을 구하려던 순박한 시골 젊은이가 인신매매 범에게 속아 고생과 심한 매질에 젊은 꿈이 망가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을 보고 들었을 것이다. 내 자식이 귀하고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에 문이 닫혀버린 일부 몰지각한 기성세대들의 찢겨진 양심의 자리에는 죄와 벌이 항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짧은 생각에서 잠시 집을 가출한 중고등학교의 여자애들이 길을 잘 못 들어 인신매매 범들에게 걸리는 날이면 일생을 망치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하게 되고 믿었던 어른들의 폭거에 자신을 잊어버리고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고 어두운 세상을 살아야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이러한 천인공노할 만행을 돈과 인간이 합세되어 엮어진 것으로 먼저가 돈이고 후자가 인간이며 돈벌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미성년인 어린 여자애들을 고용하는 유흥 접객업소들의 책임 또한 무거운 벌과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구석지고 어두운 곳을 밝힐 수 있는 길은 참다운 예(禮)가 뿌리 내려야하고 아끼고 공경하는 마음이 스스로 우러나오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나 전철에서도 먼저와 예(禮)가 있다. 먼저는 차례를 지키는 순서를 말하는 것이고 예(禮)는 양보하는 미덕을 말한다. 젊은이들이 대신해서 윗사람의 등짐을 받아 운반하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들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버스나 전철 안에서도 나이 많은 늙은이들이 육신은 지탱하기 힘들어하면서 손잡이에 매달려 끙끙이는 바로 앞에는 새파란 젊은이가 여유 있게 버티고 앉아 있고 그나마 약간은 양심 가책을 느끼는 젊은이는 못 본척하면서 엉뚱한 짓거리를 한다거나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면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는 연출자도 없는 잠자는 연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고 보면 그냥 벌떡 일어나 나이 많은 윗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면 자신도 시원할 것이고 보기에도 얼마나 좋은 광경이 아니겠는가. 예의(禮義)와 기본적인 도덕성(道德性)이 돈과 연계되는 교육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재물로 만들어진 교육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기본 바탕을 흐리게 만들뿐이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