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동안 바라보곤 한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걸음이 느린 그를 기다려주는 배려이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들 주위에는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데 별로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는데 커다란 일도 척척 이루어나가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왜 남보다도 열심히 일에 묻혀 사는데 큰 실적을 올리지 못할까? 그리고 빈둥거리면서 한가로이 지내도 남다른 업적을 올리게 될까? 인텔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인류학 박사 즈느비에브 벨은 이 질문에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뇌가 지루하다고 느낄 때 나온다"고 답한다.


-여유 있는 삶


요즘은 창의성의 시대다. 누구든 창의성을 추구한다면 지루하다고 느껴질 만큼 한가로워질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할 일 없이 빈둥거리고 지낸다고 여길 만큼 한가로워져야 한다. 그런 경지에서 바쁘게, 악착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창의력이 쏟아지게 된다. 즈느비에브 벨 박사는 권한다. 늘 생산적이어야 하고 남달리 부지런해야 하고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때로는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여유를 누리는 생활이 필요하다. 인터넷이 안 되는 곳, 스마트 폰이나 TV조차 없는 곳으로 가서 아이들과 시간을 잊고 놀다가, 멍하니 앉았다가, 그리고 숲길을 한가로이 걷는 생활을 하라. 그럴 때에 예상치 못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그런 아이디어들을 실천할 때에 남보다 앞서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을 기다려주는 교육


우리는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성공에 목말라 하며 너무 조급하게 달려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 능력이 내 조급함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너무 많다. 그래서 자기 자신한테 화가 난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가?'라며 매일 자신을 탓한다. 교육에 종사하면서도 이런 강박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날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공문의 행정지시에 따르다보면 이웃 학교와 경쟁해야 하고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일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선의의 경쟁이야 권장할 만한 일이고 교육에도 엄연히 경쟁이 필요하지만 보이기 위한 실적과 학교를 낯내기 위한 실적과 교원을 위한 일을 하게 되면 결국 손해는 학생이 보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교원들 모두는 학생을 볼모로 하는 경주용 말에서 내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영혼뿐만 아니라 학생의 영혼도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단 한 학생의 영혼이라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면 그 교육은 성공한 것이 아니다. 교육은 누가 뭐래도 학생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진영 매포초 교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