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자그마한 뒷산이 있다.//시원한공기를 푸푸 내뿜으며/ 동네 사람들에게/ 상쾌한 아침을 선물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화사한 색깔 옷 갈아입으며/ 눈도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울적하고 속상할 땐/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또 숲 속에 사는/ 귀여운 다람쥐와 예쁜 청설모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돼주기도 한다.

충북글짓기지도회가 주관한 44회 교육감기 차지 도내 어린이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한 '산'이라는 시다. 마침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돼 도내 어린이 250여 명이 참가, 한글을 더욱 사랑하고 빛낸 아름다운 날이다. 이 행사를 주관한 충북글짓기지도회는 지난 1970년 창립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백일장을 열어온 도내 초등교원들의 단체다.

현재 회원은 100여 명이며 각 시·군에 지부장을 두고 있다. 필자도 햇병아리 교사 티를 벗자마자 가입을 권유받아 거의 30년을 활동해오고 있다. 충북글짓기지도회 주관 행사는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어린이날을 기해 여는 도내 어린이 동시화전, 다른 하나는 한글날 기념 백일장이다. 회원들은 매년 공휴일 이틀을 반납한 채 행사 추진에 만전을 기하고 초창기 회원들은 몇 십년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오로지 어린이들의 '바른 맘 고운 꿈'을 위해 봉사해 온 셈이다. 상장·상품 준비 등 경비도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그야말로 시간과 돈을 온전히 내놓은 글 사랑 교원들의 모임이다. 백일장은 당일에 심사, 시상식까지 하므로 회원들은 발 붙일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심사가 끝나면 상장 쓰고 상품 챙겨 넣기 등에, 처음 겪는 신입회원들은 '많이 배웠고 감동 그 자체'라고 소감을 피력한다.

내 교직 생활에서 한 가지 보람을 찾는다면 이 단체에 가입해 온 맘과 몸으로 활동해 온 것을 꼽고 싶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열정과 행사추진 노하우에 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후배들의 손발 맞춤으로 땀을 닦아주며 자부심 어린 정을 쌓고…. 특히 창립 회원들은 거의 정년을 맞아 교단을 떠나면서도 '한모임'을 조직, 뒤에서 계속 후원을 하고 있다.

회장을 역임하고 퇴임한 이상성 고문은 기금 1000여 만원을 내놓아 장원한 어린이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으니 그 사랑의 깊이에 충북글짓기지도회는 영원하리라 믿어본다. 지난 44년 간 충북글짓기지도회의 백일장을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바른 맘 고운 꿈'으로 자라났다. 다만 디지털로 치닫는 세태가 만연하다보니 어린이들의 글이 점차 짧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젊은 교사들의 참여가 줄어들고 있음이 조금 안타깝다. 내년 45회 백일장에는 더욱 많은 어린이와 젊은 교사들의 참여를 기대하면서 교단, 교사, 교육의 길을 점검해보는 시점이다. 뿌린 사랑은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믿고.



/박종순 회인초 교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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