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학교에 출근한지 얼마 후 올 2월 졸업해 청주의 반도체 관련 기업체에 취업했던 졸업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교대 근무 중 쉬는 날이어서 학교에 방문하려 한다는 전화였다. 재학시절에도 워낙 성실하고 공부도 잘 하고 관심 있었던 학생이라 반가웠고 마침 점심 약속도 안 잡혀 있던 터라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했다. 시내 식당으로 옮겨 직장생활은 잘하고 있느냐? 어려운 점은 없느냐? 장가는 언제 가느냐? 등등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눴다. 이야기는 동기들 사는 얘기로 흘러가게 됐고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게 된 학생들의 이야기로 화제가 흘러갔다. 얼마 전 취업현황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 적지 않은 졸업생들이 취업했다가 직장 내 상사와의 갈등으로 그만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요즈음 취직하기도 어려운데 웬만하면 잘 참고 직장생활을 해야지 왜 그만들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한 두 명이 아니고 적지 않은 인원이 취업한지 1~2년 내에 특별한 대책도 없이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평소 좋은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이유들이 궁금했던 차에 찾아 왔던 학생에게 그 이유를 물어 봤다. 그 학생은 심술궂은 성격의 상사 때문도 있지만 본인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만두는 사원의 상급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사원의 실적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되고 실적이 나쁜 상급자는 그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부하 직원. 특히 그 중 자신의 팀 성적에 가장 악영향을 주고 있는 사원에 그 책임을 집중적으로 물으며 푼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하는 사원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질책을 견디지 못하고 상사와의 갈등을 겪다가 결국은 그만두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직장 내 관리부서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감지하고는 있지만 반의도적으로 방관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군대에서도 고참들은 자신의 편안한 내무반 생활을 위해 군기 세게 잡는 중간고참들에게 점수를 더 주지 않던가. 하지만 특별한 대책도 없이 다니던 직장에서 뛰쳐나온 졸업생들이 다른 직업을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다. 요즘 대학, 특히 지방대학 교직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피곤한 듯하다.

정부는 고졸 취업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신문지상에서는 2018년부터는 고졸자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적어지고 대학들은 평가를 받아 상위, 하위, 최하위로 분류돼 정원이 감축되고 재정지원을 못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이런 모든 압력은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에게 내려온다. 교육부의 의도가 회사 관리자나 군대 고참병들의 심리와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민한 피해의식 때문일까? 대학 구성원들이 받는 이러한 스트레스가 부지불식중 학생들에게까지 전가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심완보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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