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을 선택했다. 나는 오늘도 일찍 일어나기를 선택했다. 오늘 새벽은 대중탕에 들러 따뜻한 물로 첫눈 오는 날의 시린 몸을 감싸 주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늘 하던 습관으로 가장 먼저 사무실에 출근해 직원들이 출근할 때 기쁜 마음으로 그들에게 인사하며 밝은 목소리를 내기로 선택했다. 현실치료 공부를 했다. 윌리엄 글래서가 한 말이 도무지 일상적이지 않아 문장을 써 놓고도 낯설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선택'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지난주 기업체 강의가 있었다. 수첩에 적어 놓고 문자메시지도 보관하고 강의 교안도 준비했다. 그런데 그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천안에서 오송까지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생각하고 네 시부터 강의 시작이니 두시 반에 출발해 회장님과 차 한 잔 하리라 마음먹었다.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계속 시계를 살펴봤다. 중요한 강의이니 늦지 않기 위해서다. 두 시 반이 지나고 세 시가 지났다. 한 시간을 착각한 나의 뇌는 세 시 반이 돼서야 느긋하게 출발 신호를 보냈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마법이 깨진 듯 시간이 현실적으로 감지됐다. '오, 마이 갓' 내 주변 모든 움직임이 정지됐다.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서 오송까지 삼십 분 안에 도착하느냐만 남아 있었다. 일단 시동을 걸었다. 교육 담당자에게 사태를 보고하고 정각에 도착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모든 촉각은 앞으로만 집중됐다.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시간을 보니 남은 시간 이십 분, 추월선으로 들어섰다.

수학에 젬병인 내 머리에서 시속과 거리가 정확히 계산됐다. 차 안에서 앞차에 수없이 주문했다.'제발 비켜 주세요' 감속신호가 있는 곳에서 모든 차가 서행했다. 두 번의 감속신호를 지나고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십여 개의 신호를 통과하는 난관에 봉착됐다. 기도 덕분일까. 푸른 신호등이 나를 살려줬다. 공단 근처에서 단 한 번 신호를 무시하고 결국은 그 회사에 4시 정각에 도착했다. 3층까지 뛰어 올라가 강의장으로 들어가는데 블랙홀에서 빠져나온 듯 얼이 나갔다. 동영상 하나를 틀어 놓고 숨을 골랐다. 속도를 지키고, 신호를 지키는 일도 내가 선택한 일이었지만 그것을 어기는 일도 나의 선택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내 행동을 선택했었다. 누구와 논쟁 하거나 누구와 좋은 얘기를 나누거나 나의 선택이었다. 시어머니에게 야단맞고 울먹이는 내게 시아버님이 오셔서 못 알아들을 소리를 하셨다 "혼 내켜도 안 혼나면 되는 겨."그 어렵던 말이 이제 현실치료기법에서 이해가 됐다. 아버님은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묘수를 발견하셨던 것일까. 내가 오늘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내가 오늘 불행하기로 작정했기 때문임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기왕이면 외부 작용에 신경 쓰지 말고 내 몸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행복을 꺼내고 싶다. 초겨울 추위에 떨고 싶지 않으면 내복을 입으면 된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으면 밥을 조금 덜 먹으면 되고 좋은 표정을 갖고 싶으면 미소 지으면 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좋은 느낌을 선택한다. 나는 행복을 선택하고 싶기 때문이다.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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