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과 충청, 호남의 머릿글자를 딴 신조어'영충호'가 뜨고 있다. 이 신조어의 원조는 굳이 따지자면 이시종 충북지사다. 유사이래 지난 5월 충청권의 인구가 처음으로 호남권 인구를 추월한 사실을 인지한 이 지사는 기회있을때마다 '영충호'를 화두처럼 내세웠다. 신조어의 특성상 '피드백'이 없으면 어느 순간 사라지기 마련인데 이 신조어는 갈수록 생명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생명력을 얻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한테 공감대를 얻고 회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 언론에서도 충청권이 호남권 인구를 초월한 것에 큰 의미부여를 하고 특집기사를 다룰 정도이며, 정치권에서는 벌써 충청권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충호'라는 신조어가 그만큼 강한 파괴력을 갖고 있고, 오랜 세월 사람들의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는 '영호남'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급기야 우리나라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도 어학사전에 '영충호'라는 단어가 등재될 정도라고 하니 실로 언어의 무서운 전파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됐거나 '영충호'라는 신조어는 이 지사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몰라도 '런칭'(launching:발사 또는 진수라는 의미)에 성공했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이 지사 입장에서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구심점이 되고 있다. 재선을 앞두고 민선 5기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아젠다 정립이 필요한 이 지사에게 '영충호'라는 신조어가 뜻하지 않게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이 지사는 '함께하는 충북'을 전면에 내세우고 관련 행사를 개최하는 등 나름대로 부양을 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뒤늦게 떠오른 '영충호'에 가리는 느낌이다. 아무튼 '영충호'라는 단어는 무서운 확장력을 보이면서 단숨에 충북의 미래를 상징하는 말로 부각됐다.

문제는 충북도민들로부터 폭넓게 지지를 받고 있는 '영충호'를 어떻게 현실에 접목시켜 충북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원으로 만드느냐는 것이다. 단순한 이상과 구호에 그친다면 '영충호 시대의 도래'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실질적인 문제에 직면한 충북도가 발빠르게 대안마련에 나섰다. 충북발전연구원에 '영충호시대발전전략'이라는 과제를 주고 연말까지 결과물을 내도록 했다. 영충호라는 개념정립에서부터 구체적인 발전전략까지 모든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기회가 왔을때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순발력있게 대처하고 나선 충북도의 행동에 일단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걱정스런 것은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속에 과연 충북의 미래를 담은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용보다는 말의 수사에 그치는 그런 결과물이 나와서는 안된다. 또한 어디서 본듯한 그나물에 그밥같은 특색없는 전략 제언도 지양하길 바란다. '영충호'가 한낱 신기루에 그치지 않도록 충북도와 발전연구원의 혜안이 담긴 컨텐츠를 기대해 본다.



/김정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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