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미술이야기]

'내가 겪는 일상은 나를 만드는 환경'

'오늘은 자유그리기 시간이다! 너희들의 생각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미술시간이다.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꼈던 생각을 그림에 담아 자유롭게 펼쳐 보렴' 아이들의 아름다운 꿈과 무한한 상상에 날개를 달아 주고 싶은 마음으로 필자가 저서(著書)한 아동미술교육연구의 자유영역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아쉬움 반, 안타까움 반을 남겨 준 미술시간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생각을 담아 신나게 미술을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조용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제까지의 미술시간에서 정해진 주제나 재료를 가지고 똑같은 미술시간을 겪었다. 더욱이 자유롭다 라는 생각의 표현은 만화나 낙서그리기로만 알고 있었기에 선생님의 '자유롭게 자기표현을 하는 자유그리기' 미술시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다.

흔히 미술은 자기표현활동이라고 말한다. 자기표현이란 무엇일까? 자신의 정신적·신체적으로 일어나는 것의 표현활동이라고 직역할 수 있겠지만, 자기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생활경험을 자기의 느낌과 생각을 담아 자유롭게 표현하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곧 생활이 그림의 주제가 된다는 것이다.

왜 생활이 그림의 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왜냐하면 내가 겪는 일상이 곧 나를 만드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나와 부모님, 형제, 정을 나누는 주변의 가까운 이웃들, 우리동네, 우리 학교와 선생님, 친구들 더 나아가 우리나라 등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은 나의 생활 즉, 주변 환경에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림의 소재나 주제 또한 이와 무관할 수 없으며 자기 표현활동을 위해서는 자신의 주변이야기가 고스란히 그림 안에 담겨져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유그리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이들의 생활에 자유로움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우리 어른들의 욕심으로 자기를 나타내지 못하게 된 것일까.

어느 쪽이 맞든 아이들은 아이답게 커야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제 또래에 맞는 다양한 활동이 아이들을 위하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래에 비해 유난히 빠른 단계를 나타내는 아이가 있을지라도 더욱더 빨리가기 위해 전력 질주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태에서 그 연령시기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표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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