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유산이며 자원으로


우리나라 농촌은 쌀농사를 기반으로 하는 민속 문화가 형성되면서 옛부터 볏짚으로 일상용기들을 만들어 쓰는 손재주를 발휘했던 조상들의 유산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갈무리를 마친 농촌은 농한기로 접어들면서 사랑방에 모여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짜고 맷방석, 멍석, 짚풀 소반 등을 만들며 긴긴 겨울밤을 지냈다. 또 나무를 베어다 지게를 만들고 소등에 얻는 멍에를 만들고 인분 통을 만들고 놀이기구인 윷·팽이·연을 만들고 아낙들은 등잔불 아래서 바느질을 하고 수를 놓고 베를 짜고 각종 농산물과 풀로 염색을 하고 이런 것들이 당시에는 일상에 필요한 삶의 방식이었고 농사일 외의 일이며 문화로 발전해 왔다.

그 밖에도 닥나무를 이용하여 만든 한지와 무더운 여름의 동반자 부채와 죽부인, 찬란한 고려청자와 조선 백자와 같은 도자기, 김치와 장류 등 발효식품을 탄생시킨 옹기산업 등 우리 조상들의 꼼꼼한 손재주는 우리 후손들에게 고귀한 유산이다. 이처럼 훌륭한 공예기술의 유산이 이제 농업환경 변화와 함께 우리 농촌의 새로운 에너지로 등장할 전망이라는 점에서 농업과 농촌에 새롭게 조명하고 접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존 어르신들이 거의 세상을 떠나시거나 노령으로 몸이 자유롭지 못해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수되지 못하고 있다. 전수된 기술들도 딱히 맡아서 해 줄 인력 부족으로 이제껏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제는 전국의 몇 안 되는 체험부락 등에서 청소년들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 부락 기능보유자들이 사회적 대우는 고사하고 마땅한 전수자도 두지 못한 채 지내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콘텐츠로, 에너지로


때마침 베이비 부머의 은퇴와 맞물려 귀농·귀촌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은 거의 대부분 아주 협소한 영농규모를 준비한 채 농촌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각양각색의 지식과 노하우, 재능을 보유하고 있고 이젠 중요한 농촌지역의 인력이라는 관점에서 이들을 통한 농업공예사업의 활성화를 꾀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올해 제정된 '도시농업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인해 농촌과 도시가 함께하는 농업을 창조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이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 아미쉬 공예(Amish Craft)는 미국의 17~18세기 농경문화를 간직한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고 일본의 이시카현 전통공예마을 유노쿠니노모리는 13만평의 광대한 숲 속에 전통공예체험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으며 베트남의 빈 두웅(Binh Duong)지역 공예 마을은 유명한 체험관광지로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농촌공예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공예의 다양한 부가적 가치를 문화적 콘텐츠로 연결해야 하며 공예의 맥을 잇는 인구의 유입을 위한 공예가들의 농촌지역 유치에도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또 공예품을 지역개발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상품화와 시장 형성, 체험 프로그램 개발·보급 등의 연구가 시급하고 능력 있는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인력들이 성공적으로 농촌지역에 정착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윤명혁 청원농기센터 소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