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의 지적이 아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같이 공금의 부정사용 근절과 의회의 청렴성 제고를 위해 3년 여 전부터 지방의회 행동강령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키도록 권고해 오고 있다. 이 행동강령을 보면 직무상 관련된 기관이나 업체로부터 여비를 받아 활동 시 의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대가를 받고 외부 회의나 강의를 할 때도 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원 간 또는 직무 관련자와 금전 거래를 할 수 없고 직무 관련자에게 경조사 통보가 금지되며 '통상적인 기준'을 초과하는 경조금품을 받아서도 안 된다. 통상적인 기준의 경조금품은 5만원으로 예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담은 의회행동강령을 제정한 곳은 12월 현재 전국 244개 지방의회 중 44곳에 불과하다. 이런 규정이 잘 안 지켜지다 보니 정부는 또 다른 압박수단을 내놨다.
권익위는 이번 주 지방의회의 청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수를 매겨 발표했다. 서울·부산·대구 등 광역의회 17곳과 50만명 이상의 기초의회 24곳 등 47개 의회를 대상으로 했다. 설문 내용은 특정인에 대한 특혜 제공, 심의 및 의결 관련 금품·향응·편의 제공, 선심성 예산 편성, 인사청탁, 외유성 출장 여부 등이다. 이런 측정 방식은 국가 및 지방공무원,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대해 이미 10 여 년 전 도입된 것이다. 그랬더니 광역의회 청렴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6.95점, 시·군·구 단위의 기초의회는 평균 5.70점으로 나왔다. 둘을 합하면 평균 종합청렴도는 6.15점이다.
이 점수는 지난해 627개 공공기관 청렴도 7.86점, 239개 지방자치단체 청렴도 7.66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역 주민이 준 청렴도 점수는 4.69점으로 낙제점이다. 다른 공공기관보다 지방의회의 청렴도가 이처럼 떨어지는 것은 의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청렴 제고 의식이 낮은 탓도 있지만 중앙 및 지방행정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제를 덜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의회행동강령 제정 권고가 지방자치권 침해나 이중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이는 공직청렴이 갈수록 강조되는 시대 흐름이나 의회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정서에 맞지 않다. 공공예산을 집행하는 공직자 중 법률로 정해진 행동강령을 제정, 이행해야 할 곳은 이제 지방의회가 마지막이다.
/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前 국민권익위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