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알리는 벽에 걸린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을 보고 있음에 문득 나는 지난 1년을 어떻게 살아왔으며 다른 이들에게는 어떠한 모습으로 비추어 졌을까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항상 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에게 친절하며 가급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심성의를 다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나의 인간관계가 조금은 부족한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인간관계의 기준을 '도움'이 되느냐 '피해'가 되느냐로 정의한다. 약간은 두렵고 이해타산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대가나 조건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이 진정으로 삶을 살아가는 맛일 것이다.

흔히 "보람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요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사실 이러한 인간관계에 대한 답은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내가 먼저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이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보여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의 진실한 관심이 상대방에게 친절한 모습으로 표현된다면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배려와 존중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드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와 관계하고 있는 상대방이 누구이든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며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배려와 존중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격려하고자 하는 마음 없이 행동하는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될 것 같다. 배려와 존중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든 또는 어떠한 문제를 지니고 있든 간에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수용하고 그의 필요에 따라 융통성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용적 존중의 소양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올바른 태도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가령 "나는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당신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입니다"라고 말 할 때 이것이 바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표현이다. 또 배려와 존중을 언급할 때 상대방을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되며 비평이나 조소 혹은 마음의 유보성이 있어도 안 된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상대의 독특한 성향에 대한 이해의 존중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대의 존재의식이나 그가 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상대방이 중요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할 때 대인관계의 기능이 촉진돼 건강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로 발전될 수 있다고 본다.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가 되고 더불어 2013년의 마지막 날이 다가온다. 지나간 날들의 아쉬움을 곱씹으며 후회를 하는 경향을 발판삼아 다가올 새날들에는 요즘처럼 개인주의·이기주의가 난무한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깊은 상념도 해보는 것은 어떨런지….



/박기태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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