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을 통해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여러 많은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그때의 느낌이 다시 온몸으로 퍼진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사소하게 지나쳤던 많은 일들이 소중함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지나간 날들이 자기 자신을 깊게 끌어안으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삶의 기록들
우리 어릴 적 방학숙제 중 절대 빠지지 않는 하나가 일기 쓰기였다. 요즈음 아이들이야 방학을 해도 학원이다 과외다 바쁘지만, 그 시절엔 방학만 하면 책 보따리는 윗목으로 던져두고 들로 산으로 하루해가 짧게 뛰어놀다 개학할 때나 보따리를 찾았으니, 필자의 기억으로 글씨가 잘 써지지 않던 웃지 못 할 추억도 있다. 그리고 개학 하루 전이나 이틀 전 벼락치기로 방학숙제를 하는데, 가장 큰 문제가 일기에 날씨를 적는 일이다.
두어 달간의 지나간 날씨를 어떻게 다 기억하겠는가. 그러니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같은 날짜인데도 어느 누구는 맑고 누구는 흐리고 누구는 눈(雪)이나 비(雨)다. 그러면서도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놀고 자고'라는 식으로 틀에 박힌 일기를 썼고 고등학교 때는 특수학교인지라 교관님들이 검사를 하니 '수양록'이라 하여 매일 일기를 썼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시험시간표나 미팅약속 등을 빼곡히 기록한 학생수첩을 아직도 여럿 보관하고 있다. 그 후 미(美) 방위산업체의 직장생활은 군부대 근무로 공군수첩에 일기를 썼고 이 습관으로 현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연초(年初)면 다이어리(Diary)를 구입하여 일일(Daily)로 삶의 조각들을 기록하다 보니, 어느덧 수첩만도 삼 십 여권이 되어 있다. 그리고 생활이 힘들고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는 오래전에 쓴 일기장을 펼쳐 보며 다시 마음을 다 잡곤 한다.
-자신을 찾는 순례의 길
우리는 지속적으로 자기노력과 성찰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이룰 수도 있고 비록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목표에 근접한 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을 이룰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훌륭한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일기쓰기와 메모하는 습관이 아닌가 생각한다. 새해부터라도 자기에게 맞는 일기쓰기와 메모하는 습관으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반추(反芻)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우리에게 허용된 인생을 조금 더 짜임새 있게 살아갈 수 있음은 물론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더 풍요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 일기를 쓰고 메모하는 습관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巡禮)의 길이다.
/양충석 대한설비건설협 충북도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