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을 지켜주는 소중한 음식물이 이곳저곳에서 쓰레기로 둔갑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우리 모두는 깊이 반성해야 하고 남아 돌아갈 정도의 풍부한 식량이라면 기아상태에서 못 죽어 어렵게 생명을 지탱하는 어려운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야겠지만 지금 우리들의 생활처지가 그토록 풍부하고 남아돌아갈 정도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들이 소비하고 있는 식량이 절반이상이 물 건너 온 남의 나라 것이고 이것은 희생의 댓가로 얻어진 소중한 달러를 주고 사서 먹는 것이지 어느 누가 공짜로 퍼다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그냥 하늘에서 덜어진 것으로만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자기의 비위에 거슬리는 것이면 인정 없이 차 버리고 빠르게 잊어버리는 개인주의적인 이상한 심리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들이 지금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먹고 살아가는 과정이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일 년을 두고 마구간에 황소는 매일같이 보아도 쇠고기는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지금은 흔해빠진 돼지고기 역시 연중행사 때나 되어야 그것도 겨우 국물 맛이나 보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음식문화는 어떠한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들이 바라는 가정의 평화와 가족들의 건강 그리고 내 자식 잘되라고 할머니, 어머니들은 유명산이나 이름난 명당을 찾아 공(功)을 드리는 것을 흔히 보았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돼지머리는 필수 메뉴이고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짊어지고 유명산이나 이름난 계곡등지를 찾아 내 가정의 평화와 가족들의 건강과 우리 자식 크게 성공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열심히 공을 드리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정성껏 장만하여 차려놓은 음식들을 손쉬운 일부만 챙기고 나머지는 그냥 두고 가버린다.

그렇게 하여 버려진 돼지머리를 비롯하여 온갖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온 산천(山川)을 음식 썩는 냄새로 코를 찌르게 하고 이것을 보고 봄날 만났다고 찾아드는 각종 세균성 벌레들이 아름답고 깨끗한 금수강산이 민망스러울 정도로 우글거리고 우리 산천은 순간적으로 쓰레기통을 방불케 되고 마는 것이다. 아지매, 할매들 산신령님께 아무리 가정의 만복이 깃들고 귀한 내 자식 소원성취하고 백번 천번 빌고 또 빌어봐야 이토록 생명과 같은 음식을 쓰레기로 만들고 신선하고 깨끗해야 할 산천을 더럽힌 사람에게 술 취한 산신령이 아니라면 어찌 복(福)을 주고 소원성취를 내릴 것으로 믿는지 정말 한심하고 어처구니가 없소이다.

우리는 흔히 각종 보도 자료를 통해 어느 산 어느 계곡에서 공(功)을 드리고 촛불을 그냥 두고 가버리는 바람에 이놈의 촛불이 화근(禍根)이 되어 수 천 년을 가꿔온 우리의 산야(山野)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사례를 종종 보고 들었을 것이다.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하여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많은 음식들을 장만하여 지극정성으로 공을 들여 봐야 제일 중요한 마음의 준비가 그토록 허술하고 앞뒤 생각 없이 음식을 버리고 만인이 보고 가꾸어야 할 산천을 그토록 더럽히면서 어떻게 복(福)이 오리라고 믿는지 이제는 못 먹고 헐벗고 배고픈 지난날로 돌아가 반성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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