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는 최근 "어려운 여건에서 예산 4조 원 시대를 열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성과는 공직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지역 출신 국회의원 등의 적극적인 공조 덕에 이뤄진 개가라고 했다. 지방정부에서 정부예산 확보는 말그대로 한 해 농사에 비유된다.

가능한 정부예산을 많이 받아야만 길도 닦고, 다리도 놓고, 공단도 만든다. 때문에 충북도 뿐만아니라 전국 지방정부가 단 한푼의 예산이라도 더 받기 위해 혈전을 벌인다. 오죽하면 이러한 지자체의 경쟁을 '예산전쟁'에 비유할 정도로 정부예산 확보는 지방정부 입장에서 생사가 걸린 문제다. 때문에 관련 부서의 직원들도 정예멤버로 구성한다.

업무능력은 기본이고,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정무적인 능력까지 갖춘 말그대로 팔방미인을 배치한다. 이들은 매년 정부예산이 국회에 넘어가는 순간부터 최종적으로 예산안이 통과될때까지 수개월간 집을 잊는다. 아예 국회 주변에서 먹고 자면서 예산반영 상황을 살피고, 점검한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고, 다시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고 해당 상임위와 지역 출신 국회의원 사무실을 다니며 읍소를 한다. 그렇게 나름의 소명의식을 갖고 뛴 덕분에 충북도는 사상 최악의 상황이었다는 지난해 예산 4조원 확보라는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물론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여야를 떠난 공조에 힘입은 바도 크지만 예산부서 직원들의 사명감과 노력 없이는 절대로 거둘 수 없는 성과였다.


이렇게 도정사의 한 획을 그을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예산부서에서 최근 우울한 소식이 들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수년간 정부예산확보 업무에 매진해 왔던 담당 사무관이 병을 얻어 직무수행이 더이상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긴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후임자 물색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몇몇 사람에게 맡아줄 것으로 제의했지만 한사코 거절해 인선에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거절한 사유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가면 고생할 게 뻔한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그들을 탓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단순한 말의 성찬으로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사명감을 갖고 뛸 수 있도록 인사상의 우대 등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찬란한 성과에 가려진 직원들의 어려움을 보듬어줄 충북도의 적절한 대책을 기대해 본다.



/김정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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