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로서 요즘 학내 상황을 보노라면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새해 벽두부터 충북대학교가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전례를 보면, 총장 후보자 공모 공고는 총장의 임기 만료 150일 전에 행해져야 한다. 그런데 현 총장의 임기가 4월 30일로 종료되지만, 공모는 고사하고 아직 선출 규정조차 확정되지 않았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길은 멀고 험한데 안개가 짙게 내려앉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의 형국이다.

옛날 백조와 새우, 그리고 가시고기가 살았다. 셋은 마차 끄는 일로 돈벌이를 하기로 했다. 셋은 힘을 다했지만 마차는 제자리에서 꼼작도 하지 않았다. 백조는 마차를 하늘로 끌었고, 새우는 뒤로 당겼으며, 가시고기는 강물 쪽으로 끌려고 안간힘을 썼다. 셋 중 누가 옳고 그른지는 말 할 수 없지만 그 마차는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 있었던 것이다. 서로 성격과 이해관계가 다른 백조, 새우, 가시고기가 자기 고집대로 끌었으니 마차가 움직일 리 만무하다. 요즘 방식으로 말하면 셋 사이에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일이 되길 원했다면 셋은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능력과 습관을 서로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했을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서로의 역량을 합했다면 마차는 힘차게 앞으로 움직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백조, 새우, 가시고기가 끌었던 마차는 어떻게 되었을까? 오랜 세월 서있던 마차는 비바람에 시달리다 폭삭 내려앉고 말았다. 이 사례에서 마차가 충북대학교를 비유하고 있다면 백조, 새우, 가시고기는 각각 누구를 비유하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아마 충북대학교의 총장, 교수회, 직원회가 아닐까 한다. 문제는 총장 선출 규정이다. 교수회는 규정 개정안을 총장에게 발의했고, 직원회도 나름의 규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총장은 교수회와 직원회가 알아서 합의하라는 입장인 듯하지만, 직원회는 교수회와 총장 모두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고 야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총장이 차기 총장에 다시 한 번 출마할 것이란 보도가 언론에 오르내리니, 작금의 혼란이 현 총장의 개인적인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총장, 교수회, 직원회가 위로 아래로 옆으로 끌고 잡아 뜯는 통에 충북대학교는 길을 잃고 멈춰서 있다. 그 와중에 양식 있는 구성원들은 염려의 눈길로 작금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 어느 곳이나 '정치'는 있게 마련이다. 권력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갈등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를 파괴하는 개인 혹은 집단의 이기주의는 경계해야 마땅하다. 그것은 결국 자해행위가 아닌가! 충북대학교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아니, 멈춰선 충북대학교는 언제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나의 사랑 충북대학교를 보는 마음이 새해 벽두부터 착잡하기만 하다.



/김건호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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