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 확진 판정에도 곧바로 살처분 못해
위험지역까지 매몰땐 지방비 부담 '눈덩이'

[진천=충청일보 김동석 기자]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한 진천군이 살처분과 방역에 필요한 장비, 인력, 예산 부족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진천군에 따르면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덕산면 인산리 농가 반경 3㎞의 위험지역에 대한 오리 살처분을 오는 5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농가는 AI가 3일 고병원성으로 판정됐지만 곧바로 살처분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매몰 장비와 인력 확보의 어려움 때문으로 알려졌다.

살처분을 할 때 사용할 매몰통은 진천군에 50t 1개, 30t 30개가 확보돼 있다.

이 정도로는 위험지역 내 7개 농가의 오리 10만여 마리를 처리하는 데 부족하다.

더욱이 이 지역 내 26만여 마리의 닭으로 살처분이 확대될 때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 달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살처분과 방역 초소 운영에 잇따라 동원된 진천군 공무원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일에는 충북도 공무원 40명을 지원받아 살처분을 했다.

살처분과 방역에 들어가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방역에 군비 6억여 원이 들어갔지만 관련 예산이 없어 예비비로 충당하는 형편이다.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 마련도 큰 문제다.

보상금의 20%는 지방비에서 지급해야 한다.

정부가 2011년 7월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전액 국비로 지원되던 가축 살처분 보상금의 일부를 지방비로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진천군은 현재까지 살처분을 했거나 예정된 오리·닭 36만여 마리 보상금에 대한 지방비 부담액이 7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살처분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위험지역 내 닭 수십만 마리까지 살처분하면 지방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도내에서 아직 AI에 감염된 닭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닭의 살처분을 미루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천군이 보유한 예비비는 10억 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보상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이종찬 군 산림축산과장은 "매몰장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덕산면 AI 발생 농가 위험지역의 오리 살처분은 5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며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살처분 보상비의 일부를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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