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사줄게 시간 내 달라"는 약속이 몇 건 대기 중이다. 신나는 일이다. 가끔 음료수를 사 들고 오거나 검정 봉지에 참외를 담아오기도 하고, 단감 꾸러미를 두어줄 들고 오기도 한다. "감사해서 감 사왔다"는 썰렁한 농담으로 손이 가벼워 미안하다는 말을 대신 한다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돈 쓰지 말라고 정색하지만,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부둥켜안고 등을 토닥여준다. 나는 내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을 얻은 사람 입장에서는 나만큼이나 신이나는 일일 것이다.

취업이라는 말은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상당한 스트레스가 포함된 단어지만 그 벽을 넘었을 때는 가장 행복한 단어가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장애아동 도우미로 일했던 선생님이 퇴직했다는 말을 하셨을 때 나는 그분이 은퇴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목소리도 낭랑하고 무엇보다 일에 대한 열정이 지극하셨기 때문이다. 그분이 쉬고 계시다는 것을 머릿속에 두었다가 직업상담을 하는 고령자 일자리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추천해드렸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구인자 구직자 모두. 며칠 전 그분이 관절염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해서 사표를 냈지만, 직장에서 수술 후까지 기다려줄 테니 복직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사회적 문제가 된다고 한숨이다. 그러나 그 문제의 실마리를 자신이 갖고 있는 직업적 가치관에서 찾아본다면 어떨까. 자신이 직업을 대하는 가치관의 차이가 취업에 대한 성패는 물론 취업 후에도 장기근속이나 행복 여부를 결정지어준다. 늦은 나이에도 직장에 다녀야 하는 상황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늦은 나이에도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사람이 가진 생각의 차이에는 가치관이 들어있다.

우리 회사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하고 있다. 때로는 내담자들이 스스로 사회적 약자라고도 생각하고, 경제적 취약계층이라고도 생각한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사회적 강자가 되고 싶고, 경제적 우위에 서고 싶은 욕구가 있는 분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신다는 것이다. 그분들은 우리와 함께 자신이 원하는 삶에 도전장을 내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것이다.


우리 직원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취업 멘토로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해 타인의 성공을 돕는 조력자이다. 우리가 칭찬 받을 때는 그분들을 취업에 성공하게 했을 때다. 우리가 행복할 때는 그분들이 우리와 함께 한 선택에 만족할 때다. 날마다 그런 칭찬과 행복이 이어질 때 우리 자신의 자리가 견고해지는 것이다. 다른 직업보다 급여가 많다거나 일이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나를 지탱해주는 한가지, 내가 하는 일이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성공을 돕는 일이라는 것은 무한한 자부심이다. 때문에 에너지가 차오른다. 재미에 재미를 더하는 직장에서 오늘도 취업 소식을 접하며 환호하길 바란다.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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