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는 개인과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는 격동과 격전의 장이다. 단 하나의 승자만이 존재하고 승리만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무대, 고상한 공약과 동시에 비열한 협잡의 무대가 선거다. 때문에 음모와 모략 그리고 격의 고저를 묻지 않는 권모와 술수가 난무한다. 조직의 수장이 되기 위한 개인들의 각축, 그러나 그 치열한 경쟁 때문에 때로 공동체는 몸살을 앓는다.

옛날에 배고픈 한 원숭이가 있었다. 원숭이는 버찌가 든 병을 발견했다. 버찌는 먹음직스러웠다. 얼핏 보니 병 주둥이도 적당해서 원숭이의 손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기회, 욕심스런 원숭이는 손을 넣어 버찌를 한 주먹 움켜쥐었다. 그러나 버찌를 움켜쥔 주먹은 병 주둥이에서 빠지질 않았다. 주먹의 크기가 원숭이 욕심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다른 원숭이들이 군침을 흘리며 다가왔다. 버찌를 빼앗길 것 같아 원숭이는 주먹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나 손 안의 버찌가 으깨지며,달콤한 즙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왔다. 그래도 움켜쥔 주먹은 병에서 빠지질 않았다. 초조해진 원숭이는 병을 들어 바닥에 내리쳤다. '쨍'하고 병이 깨지면서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덕분에 원숭이는 손을 뺄 수가 있었지만, 그의 주먹은 유리조각에 찢겨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리고 원숭이가 손바닥에는 즙이 빠진 버찌의 씨와 껍데기만 남아있었다. 그때 다른 원숭이들이 깨진 병 주위에 흩어진 버찌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이것은 또 무슨 일인가? 다른 원숭이들도 버찌를 먹을 수 없었다. 깨진 유리조각들과 버찌가 범벅이 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 원숭이의 욕심 때문에 원숭이 공동체 모두가 굶주리게 됐다. 선거는 무엇인가? 공동체의 수장을 뽑는 일이다. 국가에게나 대학에게나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에서는 개인과 개인의 욕망과 야망이 충돌한다. 그 장면을 두 눈뜨고 지켜보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선거의 속성이기도 하다. 지역신문에 충북대학은 사고대학이라는 기사가 오른 지 오래고, 지루한 규정싸움에 지친 대학의 구성원들은 총장선출 자체에 무관심해지고 있다.

마치 병을 깨트린 욕심 많은 원숭이 때문에 모든 원숭이들이 굶주림에 시달여야 했던 것처럼, 권력에 대한 개인의 욕망은 대학 공동체 전체를 피로와 무력감 그리고 자괴감에 빠트리고 있다. 4월말로 현 총장의 임기가 만료된 후에도 우리 대학은 한 동안 총장 없이 지내야 한다. 사고대학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나니 대학의 한 구성원으로서 착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김건호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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