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이나 경제적 발전 정도를 막론하고 인구의 고령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노인인구의 증가와 급속히 진행된 사회경제구조의 변화는 노인층을 단순히 피부양인구로 전락시켜 도시화와 더불어 나타난 핵가족화와 함께 친족관계를 약화시키고, 노인의 삶의 질을 점차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고령화시대 정보화 시대에 진입한 우리 사회의 공적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

앞으로 2030년에는 젊은이 2.8명 당 1명이 노인을 부양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노년층의 증가와 관련된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필연적으로 노인 돌봄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및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이 오랫동안 발전돼 왔으나 최근에 경험하고 있는 세계적 경제위기와 맞물려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예로부터 동아시나 국가에서는 노인부양이나 돌봄이 주로 가족 중심의 윤리적 규범, 즉 효 전통과 관련해서 논의돼 왔다. 이와 같은 부모 공경 혹은 효와 관련된 가치는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규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싱가포르나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부모 부양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지난 2013년 자녀의 부모방문을 법률에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효를 서구식 노인복지제도의 대안으로 발전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효문화에 관해 전통적 요소를 가장 잘 보존해온 사회다. 이는 가족 중심주의의 문화적 특성을 오랫동안 유지했을 뿐 아니라, 계급 간 투쟁을 강조하는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적게 받은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적 성장과 가족관계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 효에 대한 인식이 퇴색하고 그 중요성이 무시돼 오고 있다.

특히 서구식 복지제도의 무분별한 도입은 효를 중심으로 한 노인부양이나 돌봄의 실천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규범보다는 경제적 가치가 우선하는 가족환경을 조장하고 있다. 한편, 서양에서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이나 부양을 국가의 적극적인 책임의 하나로 간주하고 가족보다는 정부나 지역사회의 역할과 서비스를 강조해 왔다. 그렇다고 서양에 효와 같은 부모부양이나 돌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개인의 자율과 독립을 중시하는 전통에서도 부모와 자녀간의 사랑과 상호지원은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로 존중 또는 장려돼 왔다.

특히 뉴질랜드·미국 등 유럽인들이 정착, 발전시킨 국가에서는 지역 원주민들의 가족 돌봄 전통을 되살려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노인복지정책을 뒷받침해 체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한국 사회에도 효행관련 법제와 실천노력을 조사해 전통적인 효사상과 가치를 현실적, 법률적 및 사회적 접근방법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창기 한국교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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