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본어 수업 때 일이다. 학생들에게 "몽골어, 만주어,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터키어는 모두 우랄 알타이어족이다"라고 설명했더니 "한국어, 일본어, 만주어, 몽골어는 서로 가까워서 이해하겠는데 멀리 떨어진 터키어가 왜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시아 북동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한국에서 9000㎞나 떨어진 소아시아반도에서 사용되는 터키어가 같은 어족에 속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것이었다.

터키공황국은 국토면적 78만㎢, 인구 8000만, GDP 세계 17위로 최근 경제발전이 두드러진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터키사람들은 셀주크투르크(1037~1194)과 오스만투르크(1299~1922) 제국의 후손들이다. 셀주크왕조는 십자군전쟁에 연전연승한 강국이었고, 그 뒤를 이어 건국된 오스만왕조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의 3대륙을 점령하고 세계제국을 건설했다.

수년 전 터키를 여행한 나는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곳곳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터키 사람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왜일까? 지금이야 저 머나먼 아시아대륙 서쪽 끝에 위치하지만 그 옛날 터키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당나라 때 '돌궐(突厥)'이라 불렸던 그 들은 몽골고원 주변에 살았으며 한 때는 당나라를 위협할 정도로 강성했다. 그 후 세력이 약해지면서 당나라에 밀려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오랜 유랑 끝에 지금의 소아시아반도에 정착했다. 아리아인종이 거주하는 이란지역을 지날 때 피가 섞여 지금 터키 사람 중에는 파란 눈동자와 노란머리를 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의 4촌 정도가 되는 관계다. 그래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우랄 알타이어족인 것이다.

이유는 더 있다. 지난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터키는 1만 5000명의 병사를 파견해줬다. 참전한 병사의 수로는 미국·영국·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 그러나 전사율(戰死率)로 보면 5%로 미군 2.5%의 두 배다. 그 만큼 터키군이 참여했던 전투가 치열했다는 증거다. 그들은 항상 어려운 전선에 투입됐고, 전세가 불리해지면 끝까지 싸우다 다른 나라 부대를 퇴각시킨 다음에 마지막으로 전장을 떠났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터키를 제외한 15개국의 참전국가가 모두 정규병을 파견했는데 유독 터키만 의용군이 참전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는 소식이 당도하자 터키 청년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낫과 괭이를 잡던 손에 총을 들고 한국으로 달려왔다. 피로 지켜낸 우정이기에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터키사람들에게 한국은 형제의 나라인 것이다.

그 터키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부패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레제프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국정을 이끌어 왔으며, 2012년 한국·터키 FTA 체결의 공로자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반정부시위에 참가했던 15살짜리 소녀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끝내 사망하면서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목숨을 바쳐 우리나라를 구해준 은인의 나라다. 사태가 평화롭고 현명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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