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충북 출신인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이 안전행정부 1차관으로 영전해 지역에서 화제가 됐다. 꼭 그렇다는 법은 없지만 국가기록원장 이후에는 다음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공직을 떠나는 수순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그런 일반적인 예측을 깨고 그는 안행부 차관으로 승진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전을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고시출신으로 공직에 들어온 그였지만 출신 지역과 대학을 볼때 소위 '성골' 출신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보란듯이 차관이 됐다.

충북 출신으로 안행부(행안부시절 포함) 차관을 지낸 인사들이 있지만 지방대인 충북대 출신으로 안행부 차관이 된 것은 그가 유일하다. 그가 차관으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지난해 국가기록원장으로 재임시 보여줬던 업무능력 때문이다. 당시 전국을 들끓게 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NLL관련 포기발언에 대한 기록의 존재 유무를 놓고 국가기록원은 정치권과 언론, 국민들의 타깃이 됐다. 국가기록원 개원 이래 그렇게 전국적인 주목을 끈 적이 없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황할 수 있고 업무처리가 미숙할 수 도 있었지만 그는 침착하게 대처했다.

국회에 출석해서도 매끄럽게 답변했고, 공연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일체 외부인사와는 전화통화도 하지 않았다. TV화면에 비친 국가기록원 직원들의 단체복 역시 그가 임기응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위기상황을 완벽하게 대처한 그는 모든 핸드캡을 딛고 결국 차관으로 발탁되는 영예를 안았다. 위기상황에서 관리자는 어떻게 해야 되는 가를제대로 보여준 전형인 셈이다.

여기까지는 주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발탁 배경에는 또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그가 관선 단양군수직을 마치고 이임할때 관사에 비치돼있던 세간살이를 그대로 두고 떠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관선시절만해도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은 비록 자신이 구입하지 않았더라도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수저 한벌 챙기지 않고 그대로 단양군수를 떠났다고 한다.

그의 이런 청렴한 목민관의 자세가 이번 인사검증과정에서 반영이 됐다고 한다. 결국 그는 관리자의 덕목인 위기관리능력과 청렴성을 갖췄기 때문에 차관으로 발탁된 것이지 결코 운좋게 얻은 행운이 아니다.


요즘 선거를 앞두고 거리에는 '준비된 도지사 △△△' '준비된 교육감▽▽▽'라는 현수막이 뒤덮혀 있다. 선출직에 출사(出仕)하는 그들이 과연 관리자의 덕목인 위기관리능력과 청렴·도덕성을 겸비하고 있는지 한번쯤 자문해 보길 바란다.



/김정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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