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들추지 않고 뜨락만 내다봐도 그 이치를 알 것 같다. 자연이나 사람살이나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 사연을 안고 6·4 지방선거의 불꽃이 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가 제대로 지방자치시대를 열 것인가, 아니면 말로만 떠들다 그냥 주저앉을 것인가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정치는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에도 그간 정치인들의 행위에 휘둘려 온 게 사실이다.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은 기초단체의 장이나 의원들이 어느 한 정당에 속해서는 안된다고 소리 높여 왔고, 정치인들 역시 주민들과 한 목소리를 냈다. 지역주민들의 숙원이던 기초단체 정당폐지는 그저 단순히 약속한 것이 아니다.
지방정치에선 정당이 실제 지역발전에 많은 부분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수없이 논란을 거듭하며 검토 해왔다. 그 결과 지난 대선 때 각 당이 모두 선거공약으로 내걸게 됐던 것이다. 대선은 끝났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당공천폐지공약은 동상이몽이 됐다. '공약(公約)과 공약(空約)' 둘 중 어디를 염두에 뒀는지 그 속맘이야 알 수 없지만, 또 한 번 휘둘리는 느낌이 든다. 공천을 강행하는 여당 쪽은 상향식이든 하향식이든 정당을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에 기호 1번을 받게 된다. 공천을 안하는 쪽은 무공천으로 끝나는 것 뿐 아니라 탈당을 해야 한다.
탈당을 하면 무소속이다. 기호 2번이었던 1야당의원들은 다른 군소정당보다도 번호가 맨 뒤쪽으로 밀리게 된다. 선거에서 자신을 부각시키는데 번호와 옷의 색을 활용하던 풍토에서 기초단체의 2번 없는 거대여당은 대박이고, 나머지 군소정당들은 어부지리가 될 형국이다. 정당 없는 지방자치를 정착시키느냐, 계속 정당을 존속시키느냐 여부는 온전히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공약(公約)을 중시하느냐, 공약(空約)이 만연하느냐 역시 우리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정치인을 부릴 수 있는 힘은 진정한 사람을 가려 뽑는 유권자의 판단에서 비롯된다. 모진 바람 헤치고 꽃길을 연 산수유, 그가 꿈꾸는 봄은 크고 작은 꽃들이 제 분수에 맞춰 다투지 않고 절로 피어나 어우러지는 세상 아닐까. 서로 배경이 됨으로써 아름다운 그런 봄날, 특별하지 않는 그런 일상일지도 모른다.
/김윤희 진천군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