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추대-경선파 정면충돌

당 대표 합의추대를 골자로 한 3일 대통합민주신당의 쇄신안을 놓고 당내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손학규 간판론' 쪽으로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한 경선파가 쇄신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 경선 주장을 굽히지않으면서 대선참패 수습용으로 마련된 쇄신안이 오히려 당을 전면적 갈등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표대결이 예상되는 7일 중앙위가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대철 상임고문이 3일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 및 상임고문단 연석회의에서 쇄신안에 대해 오충일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고위원-상임고문단 연석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 대표 도전을 공식화한 뒤 "합의추대라는 미봉책으로는 총선에서 '270대 30'이 될까 말까 하는 야당의 궤멸을 가져올 수 있다. (특정인에게) 갖다 바치려는 음모가 있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한 뒤 "경선만이 노무현 정권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경선을 통해 노 정권의 그림자를 걷어주면 기회를 살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밀어붙일게 따로 있지, 한 명이라도 나간다고 하면 경선을 해야 하는 것이고 만장일치가 아닌 합의추대는 무효이다. 가처분신청 등 법률적 쟁송을 하면 백이면 백, 지게 돼 있다"고 거듭 강조한 뒤 "민주당이든, 창조한국당이든 총선 전에 통합을 해야 몇 석이라도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석한 김덕규 의원도 "경선은 당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경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가세했다.

앞서 연석회의에서는 정 고문과 김호진 쇄신위원간에 고성까지 오가는 상황도 연출됐다. 정 고문이 "이래서는 당이 깨지고 망해. 창당 때도 (대표 하지 말라고) 강요하더니 또 강요하느냐"면서 "이렇게 비민주적으로 봉헌하는 식으로 할 수 있느냐. 당을 말아먹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김 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왜 옛날 얘기를 꺼내느냐. 그게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냐"고 물러서지 않은 것.

현재 김한길 천정배 염동연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 등이 경선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 중 김한길 염동연 의원 등은 대표 도전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는 후문이다.

천정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합의추대된 당대표가 계파의 이익을 벗어나 혁명적 쇄신을 할 수 있겠는가. 총선을 앞두고 미봉책으로 가선 가망이 없다"며 "경선을 통해 당쇄신, 물갈이 방안 등에 대해 당내 논쟁이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염동연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질서있는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질서 있는 패망의 길을 걸어갔던 과오를 되풀이 해선 안된다"며 "상당수가 특정인을내세워 우산 속에 들어가려는 꼼수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한길 그룹 소속 한 의원은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날지에 대한 쇄신의 본질이 빠진 쇄신안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당이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쇄신을 위한 초선모임 및 중앙위원 간사단은 성명을 통해 "잘못된 원인진단과관행적 대응방식, 기득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계파주의야 말로 총선에서 민주개혁 진영 전체의 확인사살을 자초할 암적 존재"라며 "사실상 권한이 만료된 지도부가 대표를 추천한다는 것 자체가 당헌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표를 포함한 외부인사 3인과 총선 불출마를 전제로 한 당내 인사 2인으로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이 같은 안이 중앙위에서 수용되지 않으면 경선 방식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문병호 의원은 "쇄신안은 결국 회전문 인사를 통해 간판을 바꿔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외부인사에게 칼자루를 주고 칼을 치는 대로 목을 내놔야 한다. 책임있는 인사들은 2선 후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노 그룹의 한 의원은 "경선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외부인사 합의추대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백낙청 교수 등 외부인사들도 충분한 여건이 전제되면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친노그룹이 쇄신 대상으로 거론된 마당에 쇄신 수위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쇄신위원 대부분과 '손학규 추대론'을 주장해온 수도권 초.재선, 386 그룹은 대표 합의추대를 '대세론'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386인사인 최재성 의원은 불교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일부 경선 주장으로 완벽한 합의가 어렵지만 합의추대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경선은 대의원 투표이고 대의원 표심은 계파안배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교흥 쇄신위 간사는 "경선 주장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 하부구조가 튼튼하지 못한데다 진로를 고민해야 할 기간에 진흙탕 싸움으로 갈 경우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끝내 당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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