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 세월호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오늘날 우주선을 쏘아 올릴 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했는데 바다에 가라앉은 배에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어렵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방송을 통해 내내 발표됐지만, 급격한 물살과 세찬 바람 등의 어려움 때문에 직접 사람이 바다 속의 배 안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더구나 잠수부가 직접 투입되는 경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물 밖으로 나와야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이빙벨이라는 장비를 투입, 잠수부가 호흡을 보충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안이 제안됐지만 이 장비 또한 천천히 진행하는 선체 인양이나 잔해물 수거와 같은 특수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작업에는 투입이 어렵다고 한다.


뻔히 보이는 앞바다에서 일어난 일을 사람이 직접 해결할 수 없다면 무인로봇이 그런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다. 무인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에도 로봇이 사람 대신 여러 가지 작동을 해준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사건이 시작된 지 5일 후부터 원격수중탐색로봇을 투입했다. 그리고 이를 조종할 기술진도 미국에서 들어왔다. 또한 현재 사건 현장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한 무인로봇 '크랩스터(Crabster)'가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크랩스터는 게 모양의 탐사로봇인데, 6개의 다리와 30개의 관절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작은 공간 안으로 쉽게 기어 들어가 여러 가지 정보를 카메라에 담아 전달해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사람이 직접 투입돼 상황을 파악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이러한 로봇들이 직접 사람을 구조할 능력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로봇은 특정 기능만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제작됐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인명 구조용 로봇의 개발은 많이 발달하지 못했다. 대부분 산업용과 연구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직접 구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부터는 3300t급 미국 해군구조함인 '세이프 가드'호도 현장에 투입됐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많은 노력을 들여도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재난 사고에 대비한 로봇의 개발이 필요하다. 강한 조류를 이길 수 있는 추진력, 무선조종을 위한 수중 전파송수신 기능, 직접적인 인명 구조를 위한 소형화와 로봇팔 등을 갖춘 재난용 로봇의 개발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사고는 세월호와 같은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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