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다시피 서로 자기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솔로몬은 칼로 반씩 나눠 가지라고 명령한다. 가짜 엄마는 실제로 나누려고 칼을 들었고 진짜 엄마는 차마 나눌 수 없어서 가짜 엄마에게 자기 아이를 주게 된다.


아이를 빼앗기는 고통보다 칼로 나누는 고통이 더 크기에 이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으나 더 말할 것도 없이 아이를 양보한 엄마가 진짜 엄마다.


우리는 흔히 자기의 욕심을 차리기 위해 상대가 아프다는 것을 지나칠 때가 많다. 어떨 때는 양보하는 그를 보고 이해하지 못하고는 어이없는 멍청이라고 비웃기도 한다.


우리네 엄마는 늘 그랬다. 겸손하고 온순해 차마 내가 아파할 얘기를 하지 못했으나 우리는 그것을 보며 미련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폄하했다.


다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본 엄마가 안타깝게 불러도 "암만 날 찾아 봐라"하며숨어버린다. 오랫동안 이리저리 헤매다가 낄낄거리며 떠드는 걸 찾았는데도 또 한없이 펑펑 운다. 왜 굳이 찾았냐고 화를 내도 그저 울기만 하는 게 보기 싫다고 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 그가 떠나가고 난 후면 그때에야 나를 너무도 사랑했던 것을 안다. 그래, 그는 나를 너무 사랑하니까 아팠던 거다. 그래서 그렇게 멍청이처럼 굴었던 것이고… 더 사랑 하는 사람이 더 아프단 걸 우리는 늦게야 안다.


올해 지방선거에 충북교육감으로 출마한 사람은 진짜 아이 엄마의 마음으로 교육을 생각해야 한다. 차마 칼로 자를 수 없어서 자기의 자식을 가짜 엄마에게 주는 엄마처럼 가슴을 쥐어짜는 아픔을 참아야 한다.


너도 나도 자기 자식이라고 주장하기만 하고,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으면 아이는 갈기갈기 찢겨 나갈 것이다.


교육감이라는 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이고 그곳에서 삶을 배우는 학생이다. 교육감은 힘들고 어렵고 고독한 자리일 것이 분명하다. 잠 못 이루며 교육을 생각해야 하고 학생을 올바로 키워낼 방법을 궁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깊은 밤에 아무도 없이 홀로 일어나 전율하며 교육을 사랑해야 하는데 가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자르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교육을 진정 사랑하는가? 그러면 교육에 대해 더 아파야 한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픈 법이니까 더 아픈 사람은 아이를 살릴 것이다.


칼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고 기어이 칼을 휘두른다면 그는 영원히 가짜 엄마로 낙인 찍힌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속담이 있다. 정말 그 칼을 거두지 않는다면 중간도 가지 못하고 패가망신하는 낭패를 당할 것이다.


아이는 지금 엄마들이 든 시퍼런 칼날을 보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진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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