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가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새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가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선거운동 기간부터 내세웠던 공약에 기초한 것이지만, 그동안의 참여정부 정책기조를 정반대로 뒤집는 내용이 적지않아 향후 정책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당선인 측은 그러나 부동산 규제완화 기대감에 따른 가격 상승을 우려해 부동산정책변화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거시경제 목표도 현실을 반영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당선인 측은 당초 올해 7% 경제성장으로 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미국의 경제불안과 유가 폭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성장 목표치를 6%로 하향 조정했다.

금산분리 완화나 출총제 폐지 등 재벌 규제완화와 채무불이행자 구제 방안 등은세부 계획이나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을 놓고 적지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 부동산 규제완화는 속도조절

새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뜨거운 감자다. 인수위측은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로 표현되는 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른바 '대선 효과'로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선(先) 가격안정-후(後) 규제완화'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 1일 방송사 신년대담에서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것(집값)은 조세정책만으로는 잡을 수 없다. 조세로 일시적으로 잡으면 잠시는 주춤하지만 공급물량이 적어져서 몇 년 지나 또 투기가 일어나기 때문에 더 위험해 진다"고 진단했다.

이는 주택 가격 동향을 꼼꼼히 살피면서 단기적인 조세 정책은 물론 장기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병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신중론 때문에 인수위의 첫 부동산 정책은 출범 일주일여 만에 나왔다.

취.등록세를 절반으로 경감해 꽉 막힌 주택거래에 숨통을 띄우겠다는 의도와 더불어"시장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맛보기' 정책"이라는 게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이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은 오는 7일 인수위의 건설교통부 업무보고 청취를 계기로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는 이 당선자가 약속한 용적률 상향 조정을 통해 분양가 인하를 검토하고있으며,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기 위해 주택공급규칙도 개정할 방침이다.

또 연간 50만호 이상의 주택공급 공약도 이미 충분한 공공택지가 확보돼 있어 현실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행 시기와 관련, 용적률 완화와 도심 재개발 등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책들은 시장이 '충분한 정도'로 안정된 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금산분리 완화..대대적 신용회복 추진

현 정부가 철저히 유지해온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에 대한 분리 정책은 조만간 상당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현행 4%로 묶여 있는 대기업의 은행지분 의결권 한도를 10%로 확대하고 제도적 장치를 보완한 뒤 15%까지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산업자본의 은행지배가 은행을 사금고로 만들 수 있데 대한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은 만큼 금산분리 원칙 수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가 최근 컨소시엄과 펀드 등 다양한 소유 형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금산분리 완화를 차근차근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산업은행의 지분 매각과정에서 산업자본이 일부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대적인 신용회복 프로그램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은 우선 약 300만명에 달하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우선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체된 금액을 갚지 못하고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 중 자립의지가 있고 신용회복기금의 자립촉진 프로그램에 가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원금은 상환하되 이자는 사정에 따라 감면해주도록 할 방침이다.

또 연체는 없지만 신용도가 낮아 대부업체.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쓰고있는 저신용자들도 금리가 좀 더 낮은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 출총제 폐지..재벌규제 대폭 축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를 계기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새 정부의 재벌규제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향후 협의를 통해 출총제 폐지의 대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으나 새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재벌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재벌의 경제력집중 규제를 위해 출총제를 폐지하면 순환출자 금지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2006년에도 논란과 진통 끝에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는 무산되고 출총제만 대폭 완화된 적이 있어 대안마련도 논란이 예상된다.

출총제는 1987년 시행 이후 폐지와 부활이라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재벌의 문어발식 출자로 인한 경제력 집중을 규제한다는 임무를 맡아왔으나 새 정부의 폐지 방침에 따라 약 2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더구나 새 정부가 공정위의 기능을 경제력 집중 규제에서 경쟁 촉진으로 재편한다는 방침하에 공정위의 기능과 조직을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재벌을 비롯한대(對)기업 정책은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공정위의 기능과 조직이 재조정되면 출총제 뿐 아니라 상호출자제한제도나채무보증제한제도,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제도, 부당 내부거래, 지주회사제도 등 대규모 기업집단에 적용돼온 각종 법규정과 제도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 쌀 한 가마 17만원 목표가 2~5년 동결

농업 분야에서는 우선 농업인 소득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쌀 소득보전직불제에 변화가 예상된다.

현행 법령에 명시된 계산식에 따라 산정된 2008~2010년 쌀 목표가격은 80㎏당 16만1천원대로, 2005~2007년 목표가보다 5% 정도 낮은 수준이다.

농림부는 작년 말 일단 이 원안대로 쌀 목표가 변경안(5% 인하)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농민단체의 반발과 이 당선인 측의 '5년간 쌀 목표가격 유지 및 80㎏당 17만원 이상 보장' 공약 등을 감안해 최근 일단 동결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기간을 '5년'이 아닌 '2년'으로 축소하는 안을 지난 4일 업무보고에서제시했다.

그러나 인수위 측은 이 자리에서 여전히 공약대로 '5년 동결'을 주장한 만큼, 조만간 의원 입법을 통한 법 개정과 정부-의회 조율을 통해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동안 80㎏ 한 가마당 17만선인 현재의 쌀 목표가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농업인 자산을 농지은행에 신탁, 경작은 계속하되 부채 및 이자를 동결하고 20년내 분할 상환토록한다'는 공약의 경우 농림부와 인수위 측이 현재 농지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 사업'과 방향이 같다는 점에 공감한 만큼 제도개선과 확대 등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농업인의 권익 확대 작업도 속도를 낸다. 업무보고에서 인수위 측은 공약에따라 여성농업인의 농업인력의 절반이 넘는 여성들의 98%가 재산권을 갖지 않아 제대로 보상이나 영농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농림부는 1년 이상 농사를 지은 사실을 이장 등이 보증해주면 법적으로 전문직업인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 태안 주민지원 특별법 전향적 검토

인수위는 업무보고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태안 주민지원 특별법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해양수산부에 지시했다.

또 신성장동력으로서의 해양심층수 산업이나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를 통한 해양관광.레저산업 활성화에 대해서는 로드맵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고, 수협 구조조정 방안을 준비하는 한편 수입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표시제도를 강화하라는 주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부는 이에 따라 당초 재난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무력화되고 유사사례 때마다 관련 입법을 해야할 것으로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태안 주민지원 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경우 전향적인 검토의견을 내는 것을 검토키로 했다.

아울러 관련 입법이 마무리돼 내년부터 본격화될 해양심층수 산업 활성화나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 준비와 동반해 추진할 남해안 일대 해양.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해서도 새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맞게 구체적인 방안을 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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