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지난달 16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 어언 신록의 계절 5월, 그 이름에 걸맞게 자연은 찬란한 초록빛이다.

[희망 꽃 피운 사람들]


그러나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지금 이 땅에서 가장 아픈 곳 팽목항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자식, 형제, 부모를 기다리는 애끓는 가슴들을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은 온통 잿빛이다.

사건 발생 이후 어느 날부터 우리는 저마다의 가슴에 기다림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실종자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만이라도 하라고.

그들의 슬픔에 동참하기 위해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면서 온 나라가 애도의 분위기에 젖어 있다.

애절한 추모곡을 헌정하기도 하고 거액의 기부금을 선뜻 내놓기도 하고 고사리 손에 국화 한 송이를 들고 고인을 기리기도 한다.


여러 생명을 구하고도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교감 선생님, 학생들을 구하고 본인은 빠져나오지 못한 교사들을 생각하면서 참스승의 의미를 되새긴다.

승객들을 구출하고 불귀객이 된 사무장과 승무원들을 보고 책임감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자신보다 친구를 먼저 생각한 학생들의 행동에서 우정의 뜻을 배운다.

그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이요 희망이다.

[물질만능 풍토가 만든 비극]


그런데 이 사건의 책임자 중에는 단 한 사람도 '내 탓이오'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면서 자리에만 연연하는 고위 공직자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이것이 한국의 현주소라는 생각에 참담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대한민국호도 같이 가라앉았다.

지금이 기회주의자, 책임회피자, 출세지향주의자, 황금만능주의자를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문제를 되짚어 봐야할 때다.

그간 우리 사회는 어디에 가치를 둔 것인가.

우리는 황금만 추구하고 권력만 지향하고 출세만 좇아 쉼 없이 달려오지 않았는가.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에게, 그리고 가진 자들에게 과연 책임감, 사명감, 소명의식은 있는가.

그들에게 직무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의식은 존재하는가.

물질문화만 최고선으로 여기고 그것이 곧 행복에 도달하는 것이라 여긴 우리 사회의 가치기준이 이런 참사를 불러왔다.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정신문화는 애초부터 무의미했다.

이미 내팽개쳐진 윤리의식이 정부 부처 하나 신설한다고 쉽게 회복되리라 믿는 사람은 이제 이 땅에 없다.

그것보다 먼저 정신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땅을 정의가 살아 있고, 양심이 존재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궁구하자. 그것이 우리가 버린, 먼저 간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우리의 진정한 영웅들이 바람이 되고 햇살이 돼 이 땅을 비출 때 그들을 향해 환희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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