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 말아야지'를 다짐하면서도 계속 멍한 채로 후보자 선택의 날을 맞게 됐다.

어느 후보가 배지를 달아야 지방자치의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정치판이란 그런 거구나'로 선거철마다 실망하면서 쉽게 관심을 떨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뻔한 그릇에 덕지덕지 분칠해 유권자를 맨붕으로 몰아댄다. 아무리 철새라고 하지만 그래도조류에겐 '도래지'까지 걷어차고 박살낸 기록은 아직 없다.

그런 걸 정치철학의 망가진 운명이라 했나?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세 갈래 길 삼거리에 비가 내린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내로라하게 친숙하던 동지가 철천지 원수로 칼을 갈고 있다.

'자리가 높아지면 형벌과 마주할 가능성이 커지니 그저 보통 사람으로 만족 하겠다'는조선시대 서연문답(書筵問答)에 너스레를 편다.

욕망과 탐욕

욕망이란 '무엇을 간절하게 바람'을 뜻하고, 탐욕은 '정도에 지나치게 탐내는 일'이란 사전적 의미다. '신발 때문에 불평하고 있는데 발없는 사람을 만났다'란 영국 속담이 요즘 따라 부적 가깝게 맴돈다. 보통 사람으론 엄두도 못낼 자리를 순식간에 박차고 배지를 바꿔 달기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언제 그렇게 유권자와 상대후보를 다독거렸는지 펑펑 뿜어낸 허구로 표정하나 흔들림 없다.한쪽에서 비틀면 더 심한 되치기로 공명과 페어플레이가 실종된지 오래다.

지금, 후보자로 부터 듣고 싶은 얘기는 치고 받고 계속 두들기다 빠지기만 하는 진실 게임이나 네거티브 공방이 아니다.

색깔없는 정책과 미션부재의 약발은 어불성설이다. 세상을 욕심버리고 산다는 건 사실 죽음 앞에서나 가능하지만 탐욕은 명성까지를 허물어 왔다.

채점표

도대체 배지가 뭐길래 배신과 안면 몰수로 진흙탕 드잡이를 하는 걸까? 정말 교육적인 설명으론 어렵다. 교육을 뒤집는 게 선거라고 설명해야 하나. 배지란 원래 의리없는 막장으로 얻어낸 왼쪽 깃의 위장된 신분 표식일까?

그런 사람일수록 민심의 향배와 판세에 미칠 영향 역시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나' 빼면 아무 것도 없다. 상대 후보의 장점을 치켜세우며 차별화된 자기를 알렸으면 훨씬 지지율까지 오르련만 여전히 수준에 미달이다. 지나친 무관심도 문제다.

유권자의 냉소는 실질적으로 낮은 투표율과 엉뚱한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

특정 후보의 지지 및 비방이나 선심성 행정으로 인한 고소 역시 마찬가지다. 공복을 채우기 위해 우두커니 서 있는 알갱이 빠진허전함과 무감흥 아닌가? 특히 충북의 경우, 후보간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절대강자 없는 게임이니 익숙했던 목소리조차 낯설어 절뚝거린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살처분될 덩치 큰 공약(空約)이나 종잇장 같은 선심으로 배지를 바꿔달 순 없다.

진정한 배지는 짧은 선거기간에 급조하는게 아니라 평소 생활을 통해 쌓아온 덕과 자기관리의 채점표다.

옷깃에 붙일 배지보다 마음의 배지가 먼저여야 한다. 후보자 유권자 모두 생각을 제대로 겨뤄야 할 선택의 마무리 단계다.

'누구를 찍어야?'다 알면서 툭 던지는 막강한 표심이 닷새 뒤엔 드러난다. 배지에만 눈독들이지 말고 유권자를 향해좀더 솔직하게 감동과 울림을 풀어내라.

/오병익 前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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