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충청대 교수)

지난 13일 드디어 20회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 달 동안 세계인의 마음을 뜨겁게 달궈줄 것이다. 역시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이 20종목에 걸쳐 다양한 경기가 이루어지는 한편 월드컵이 축구라는 단일 종목으로 치러진다고 해도 오히려 그 인기는 올림픽을 능가할 정도다.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수십억의 관중을 동원하며 낮에는 일손을 놓게 하고, 밤에는 잠을 설치게 하는 '평화로운 광란의 30일', 말 그대로 월드컵은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축제다. 2년 반에 걸친 치열한 지역예선을 통과해 한국(57위)과 일본(46위)이 나란히 32개국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의 주인공은 물론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겠지만 응원전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팔이 부러져라 국기를 흔들고, 손에는 악기를 들고 야단법석을 떠는 응원단이 있어야 경기의 맛이 제대로 살아나는 법이다. 국제축구연맹 산하의 각 나라 축구협회에는 엠블럼(emblem)이라 불리는 고유의 마크가 있는데 저마다 문화와 전통을 살려 특색 있게 꾸민 이 마크도 응원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다.

전차군단 독일은 독수리, 한국은 밀림의 왕자 호랑이를 모티프로 쓰지만 일본 엠블럼에는 발이 세 개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가 그려져 있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눈에 익은 이 상상의 동물이 왜 일본 축구국가대표팀의 엠블럼이 됐는가? 삼족오는 고대 동아시아 태양신앙의 상징물이다.

문헌상 중국 전한시대의 '초사(楚辭)'나 '산해경(山海經)'에 처음 등장하지만 기원전 4000년경에 번성했던양샤오(仰韶)문화 유적지에서 삼족오 문양이 출토되는 것으로 봐서 그 기원은 인류문명만큼이나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조선에서 삼족오는 태양과 자신을 연결해주는 신성한 존재로 신앙의 대상이 됐고, 그 계보는 삼국시대에도 계승돼 무용총이나 각저총 같은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삼족오가 일본신화에도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본의 개국과 매우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말이다. '고사기(712년)'나 '일본서기(720년)'의 기록에 보면 기원전 660년에 즉위한 초대 신무(神武)천황이 본거지 규슈를 출발해서 지금의 관서지방(關西地方)을 정벌했을 때, 첫 전투에 져서 사기가 떨어진 그의 군대 앞에 발이 세 개 달린 까마귀가 나타나 우회로를 알려줌으로써 전황을 뒤집고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고 한다.

이것은 일본 황실 역시 동이족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후 일본에서 이 까마귀를 신의 사자 '야타가라스(八咫烏)'라 부르며, 나라를 수호하고 번영으로 인도하는 신조(神鳥)로 숭상해왔다. 첫 경기 코트디보아르전을 1대 2로 패하고, 두 번째 그리스전마저 무승부로 끝난 일본에 2700년의 시간을 초월해 야타가라스의 약발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도쿠나가(충청대 교수)
▲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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