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충북대 인문대 철학과 교수)

강은 큰 물줄기의 흐름이요, 물은 생명의 젓줄이다. 자고로 강과 물을 다스리는 일은 위정(爲政)의 첫째이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문명발생지는 강을 낀다. 또한 강은 내륙과 바다를 잇는 물길이다. 강은 바다로 진출하는 출발점이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로 쌓인 반도지형이다. 바다와 뱃길, 바다로의 진출은 그만큼 중요하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 누가 한강을 차지하여 황해 뱃길을 여느냐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강을 차지한 국가는 흥하고 결국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다. 오늘날도 위대한 국가는 바다로 진출한 나라들이다.

황해로 흘러드는 한강과 남해로 흘러드는 낙동강은 호남과 호서일부를 제외하고 한반도 남부 전체를 유역으로 한다. 두 강줄기를 분리하는 지대가 백두대간이다. 충주와 문경을 가르는 백두대간이 두 강줄기가 가장 가까이 만나는 곳이다. 이곳을 이어서 두 강의 뱃길을 연결하자는 것이 한반도 대운하정책이다. 이름이야 어떻던 충주와 문경 사이의 뱃길을 이으면 내륙 오지의 중심을 통하여 서울과 부산을 잇는, 황해와 남해를 잇는 뱃길이 열리게 된다.

길은 막힌 곳을 뚫어 통하게 하는 것이다. 길은 도(道)요, 도는 통(通)이다. 길에는 육지의 뭍길과 강을 누비는 물길이 있다. 산업화시대 이래 오로지 뭍길만 다져왔다. 지금도 도로와 고속도로는 전국적으로 확대, 확장되고 있다. 지역발전도 도로발전에 비례한다. 이에 반해 예전에 흥했던 뱃길은 언제부터인지 쇠퇴하여 갔다. 강물의 인근지역은 점점 사람의 발자취가 드물어지고 소외되고 잊혀져갔다. 도로가 발달한 것과 현대적 치수(治水)의 핵심인 댐이 곳곳에 건설된 것이 주된 원인인 것 같다. 대운하정책은 그간 잊혔던 뱃길을 다시 열데 아주 환상적으로 열자는 것이요, 그렇게 하여 40년 전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를 보완하는 경부물길을 열어 도로물류의 과부하를 덜고 그간 소외되어왔던 내륙의 강변유역들을 우리 삶의 멋진 보금자리로 되살리자는 것이다.

대운하건설의 기술적인 문제나 경제적 효과문제는 일단 접어두자. 이에 대해 나는 문외한이다. 다만 지역발전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점을 조망해 볼 수 있다. 환경친화적인 대운하가 뚫릴 수 있다면, 바다가 없는 충북은 상징적으로 두 바다와 이어진다. 서로는 황해뱃길이 그리고 남으로는 남해뱃길이 열려 바다와 접하고, 산하(山河)가 빼어난 내륙 중원의 충주와 문경지역은 물류 중심지로 부각될 것이다. 운하를 통한 물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대운하와 연계되는 도로망도 확대, 보충되어야 한다. 충북에는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가 네 개나 뻗어있다. 이 네 개 고속도로와 운하가 연계된다면, 다시 말해 이들을 한데 묶고 엮어줄 동서고속도로가 건설된다면, 물류기능이 몇 배로 늘어날 것이요, 남한 중추부의 미개발 청정 지역들이 물류, 교통, 환경, 관광의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다. 지금껏 소외되어왔던 강원남부, 충북북부, 경북북부는 살기 좋은 하나의 생활권으로 발전할 여건을 충분히 갖추게 된다. 이 지역발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지역의 인구이동이 원활해지면 충북의 현안문제인 청주국제공항의 활성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이에 잇따르는 부수적인 효과도 클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억지로 만드는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라 관심 밖이었던 지역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가는 지역균형발전의 본보기 노릇도 할 듯싶다.

박완규(충북대 인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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