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포럼>김완하ㆍ문학가 · 한남대 문창과 교수

2008년이 열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2월로 접어들고 있다. 겨울이지만 한결 스치는 바람 사이에서 언뜻 언뜻 봄의 느낌도 다가오는 듯하다. 시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오묘한 것이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 나의 연구실 창밖으로 나무들이 오늘은 유난히 맑고 부드러운 숨결에 쌓여서 머리 위 허공으로 쭈욱 기지개를 펴고 있다. 움직임이 없는 나무들조차도 저 아래 땅 속의 뿌리에게 귀를 모으면서 지구가 이끌어오는 봄의 안부를 묻기에 바쁘다. 2월이 주는 기대감은 1월의 느낌보다는 덜 새롭지만 3월보다는 좀더 여유가 있다. 1월의 서투름을 벗어나 3월의 출발로 한발 다가선 2월은 나에게 안정감을 갖게 한다.

그렇다. 이제 2월은 1월의 설레임을 넘어서 3월부터 힘차게 펼쳐질 일들에 대한 포부로 가득 차있는 것이다. 먼저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이 5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새로운 기대감이 이는 가장 큰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난 기간의 선거에서 분열되었던 마음들을 하나로 추스르고 대동단결의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겨울의 시련이 봄을 깨우듯이 그동안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 우리가 치루었던 갈등들이 새로운 활력으로 살아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점을 무엇보다도 깊이 마음에 담아두어야 한다.

또한 여러 대학은 이제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여 한결 기대감에 부풀어 있기도 하다. 돌아보면 그동안 대학마다 총장선임을 두고 벌어졌던 갈등과 분열이 대학을 난항 속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이제 대학의 구성원 전체가 하나로 조화를 이루고 진정한 상아탑의 장으로 나아가면서 대학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활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간직하고 있는 하나의 섬이다. 대학은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는 다른 모습을 지닌 상태로 이 사회를 향하여 더 넓게 열려있는 섬으로 자리해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우리의 미래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본분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스스로의 삶을 가다듬어 보고 새로운 봄에는 모두가 작은 새로움을 하나씩이라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작은 실천을 통해서 우리 사회는 좀더 밝고 힘차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생활의 기초를 착실하게 다지는 삶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서 사람들 간에 신뢰가 싹터야 할 것이다.

창밖의 허공이 고요한 기운 속에 서서히 풀려가는 겨울의 저편으로 봄을 자아올라고 있다. 모든 것을 비운 나뭇가지들 위로 지난해 머물다 간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그 가지에 피어나서 한 여름을 짙은 그림자 드리우던 나뭇잎들이 떠오른다. 여름날이면 아침부터 늦게까지 울던 매미의 외침도 들린다. 가을날의 풀벌레 울음소리들이 낮게 깔리면서 조화를 이루어 들려온다. 아카시아 꽃잎이 내뿜던 향기가 어느새 코끝을 스친다.

올해도 나의 연구실 창밖의 나무에는 지난해의 수많은 일들이 다시 펼쳐질 것이다. 작은 잎을 내뱉으면서 3월이면 서서히 봄의 초록 기운이 나뭇가지를 적실 것이다. 그 기대감을 안고 있는 때가 바로 2월이다. 그리고 아직은 방학이다. 쉰다는 것은 진정한 삶의 성찰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는 요즈음 몇 편의 시를 구상하고 있다. 그러기에 새로 태어날 시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바라보는 창밖 나무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정다워 보이는 것이다.


김완하(시인 · 한남대 문창과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