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떡 사려어~찹쌀떡, 메밀묵~." 지난 1일 밤 11시40분쯤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주택가에 지난 1970~80년대에나 들었음직한 그리운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찹살떡 10개들이 한 묶음을 팔고 있는 라경학씨(42·사진)는 밤만 되면 어김없이 주택가와 아파트를 구석구석 누비며 '추억'을 팔고 있다.

한겨울 깊은 밤 출출할 때 찹쌀떡 장수나 메밀묵 장수들의 그 아련한 외침 소리를 그리워하는 서민들에겐 더 없이 반가운 소리이다.


라씨는 "한 묶음에 5000원, 두 묶음에는 1만원 하는 식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팔고 있지만 하룻밤 사이에 10개 팔기도 힘들다"며 "예전 그 목소리를 카세트 테이프에 담고 찹쌀떡 꾸러미가 실린 조그만 철가방을 메고 다니는 모양새만 빼고는 맛과 모양은 예전 그대로"라고 말했다.



라씨는 처음부터 찹쌀떡 장사를 한 것은 아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조그만한 업체의 사장이었다. 하지만 imf로 인해 사업이 너무 안돼 문을 닫고, '찹쌀떡 장수'로 나섰다.



현재 라씨와 같은 '찹쌀떡 장수'는 청주에 10명 정도. 라씨는 서울 공장에서 찹쌀떡을 실어와 배달원들에게 배급하고 오후 5시쯤 되면 청주·대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적절한 장소에 배달원을 내려준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철은 찹쌀떡을 이틀 정도 보관할 수 있어 발품을 덜 팔고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라씨는 "옛날의 정으로 떡을 사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없다면 이 장사도 접어야 할 판"이라며 "청주·대전 뿐만 아니라 진천·음성지역까지 발길이 닿는 대로 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계속되는 경기침체는 찹쌀떡 장수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주택가와 업소를 방문해 파는 양이 예전만 못하다. 2년 전만해도 서울의 공장보다 단가가 다소 비싼 일반 떡집에서 찹쌀떡을 공급받아 장사를 하던 사람도 있었으나 요즘엔 엄두를 못내서인지 자취를 감춘지 이미 오래다.



라씨는 "예전의 정겨운 모습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지만 그래도 추억과 함께 찹쌀떡을 팔고 있다"며 "옛 추억을 생각하며 찹쌀떡을 겨울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찾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태희기자 chance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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