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

지난 연말에 통계청은 한국인의 평균기대수명과 연령별 기대여명, 주요 사망원인 등이 포함된 2006년 생명표를 발표했다. 기대수명은 남자는 75.7세 여자는 82.4세로 1970년과 비교하면 36년 만에 남자는 17.07세, 여자는 16.79세가 증가했다. 10년 전인 1996년과 비교하면 남자는 5.66년, 여자는 4.59년 높아졌는데 이 증가속도는 oecd회원국 2위의 높은 성적이다.

oecd 30개국 기대수명 평균은 남자 78.5세, 여자 85.5세로 우리와 엇비슷해졌으나 우리나라 남자의 수명은 아직도 확실히 낮다. 갓난아기가 15살까지 살 확률은 남자가 99.2%, 여자는 99.4%였다. 80살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남자가 45.2%, 여성이 68.9%로 나이가 들수록 남녀 간의 차이는 더 커졌다. 형질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불안정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다른 나라와의 비교에서 보이는 차이는 우리나라 남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높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한다. 사망원인을 보면 남자는 여자보다 간질환(3배), 폐암(2.9배), 간암(2.6배), 교통사고(2.3배), 자살(1.9배) 등으로 인한 사망이 많았다.

음주, 흡연, 과로, 불안 등을 적절히 해결한다면 기대여명은 더 높아질 것이다. 기대여명은 나이별로 앞으로 생존할것으로 기대되는 남아있는 평균 수명이다. 50세 남자는 28.2년, 여자는 33.9년 이고 90세 남자는 4년, 여자는 4.5년이다(어찌보면 우리는 고작 100년을 머물지 못하는 지구 방문자들인 것이다). 평균수명이 높아진 긍정적 요인은 보건 위생과 의료 혜택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이 좋아진 것이고, 더 높아지지 못한 부정적 요인으로는 신자유주의와 그로인한 양극화 같은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사회보장 측면에서는 놀라운 발전이 있었다. 특히 만성난치병환자나 노인, 장애인, 생활보호대상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처음 시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확실히 18세기 이전에 살았던 방문자 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더 많이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 사람은 대개 농부였을 것이고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이 대부분의 걱정거리였을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보다 훨씬 복잡한 세계에 살고 있고 그 복잡한 것을 이루는 많은 내용을 뒤쫓아 가면서 알아내고 있지만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대기업에서 대략 20억원 투자 증가에 1명의 고용이 발생될 정도로 투자가 늘더라도 고용이 좀처럼 늘지 않는 산업구조의 변화가 고용불안의 원인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매력적인 대안이 없었기도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기대 심리가 대통령 선거에 크게 작용한 결과 양극화의 근원적 정치세력에게 새 정부를 출범하게 하였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이번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세상의 변화가)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좋아지지 않고 있다"며 "가난한 사람도 누릴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론"을 주창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새 정권의 인수위가 보인 행태는 우려했던 대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과 대형토목사업이 주도하는 관치경제의 서막이었다. 오렌지를 아린지 또는 아우린지라고 표기해아 한다는 대목에서 후보시절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 불발로 창피당한 이력이 얼마나 뿌리 깊은 미국병인지도 보여주었다.

영어 잘하는 유학생을 군대 대신에 영어 교원으로 복무하게 하자는 이야기는 유학생 아들을 둔 강남 어머니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전봇대를 없애는 합리적인 비용분담 원칙과 업무 시스템을 무시하고 비오는 날 공사를 강행하게 하는 등 강자를 위한 정글의 법칙이 새 정부의 지배논리로 드러난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