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 육탄 저지..통외통위 13일 재개키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위원장 김원웅)는 11일 오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려 했지만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동의안 상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통외통위원장실을 점거해 회의가 무산됐다.

통외통위 전체회의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에 개회될 예정이었지만 민노당 천영세 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한 소속 의원 8명이 통외통위원장실을 점거한 채 김 위원장의 회의장 입장을 막았다.

김 위원장은 "무리해서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제가 회의를 주재하지 않아도 간사에게 (위원장) 직무대행을 넘기면 끝난다. 여러분의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설득했지만 민노당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단병호 의원은 "오늘은 민노당 의원들에게 감금당해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하시라"고 말했고 현애자 의원은 "동의안을 상정하는 순간 의원들은 처리 압박을 받을것이다. 상정 자체가 졸속심의를 예정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막았다.

강기갑 의원은 "지금 상정을 못 막으면 나중에 포크레인으로도 (동의안 통과를)못막는다"고 했고 천영세 직무대행도 "오늘 동의안 처리 안한다는 약속만 해달라. 볼썽사나운 모습 (언론에) 나가지 않게 하자"며 김 위원장의 옷자락을 놔주지 않았다.

민노당의 유일한 통외통위원인 권영길 의원이 "원내대표끼리 합의해서 총선 끝나고 나서 처리하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강기갑 의원은 "그것도 안된다. 결국 쇠고기를 내준다는 것 아니냐"며 강경한 목소리를 높였고 단병호 의원은 "18대에 우리보다 똑똑한 의원들이 하게 하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다 민노당 의원들의 육탄 저지에 주저앉고 말았고, 한때 대통합민주신당 이화영 간사나 한나라당 진영 간사에게 직무대행을 넘기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신당측에서 난색을 표해 결국 오전 11시30분께 회의를 유회시켰다.

김 위원장은 회의 유회 후 양당 간사와 향후 일정을 논의해 오는 13일 오전 10시 상임위 전체회의를 재소집해 비준 동의안을 상정키로 했다.

이날 동의안 상정이 무산되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마비상태에 있다"며 "한미 fta를 비준해준다고 신당 손학규 대표가 주장해놓고 지금 와선 어물어물 딴소리를 하고 있다. 본인이 더부살이 하며 얹혀 지내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며 화살을 신당에 돌렸다.

반면 신당 최성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의회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만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킬 경우 쇠고기 개방 등 4대 선결조건만 수용한 채 우리 시장만 개방하는 최악의 협상이 될 수 있다"며 미국 의회 비준 시기와 연계해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한편 통외통위 수석전문위원실은 이날 한미 fta 비준동의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하나의 지역통상협정이 수십개의 법령을 제.개정하는 결과를 초래해 국회 입법권 잠식 우려가 있고 국회가 fta 내용 형성 과정에서 보고 청취 등 극히 제한적인 참여만 할 수 있어 권력분립 취지에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한미 fta 체결이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양국의 국가 이익이 대체로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고 있고 미국이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하기 전에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논리적 근거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lilygarden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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