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치르고 있는 여자축구대표팀이 고민에 빠졌다.

안종관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10일 오후 2시 마산종합운동장에서 홍콩과 올림픽 1차 예선 A조 3차전 홈 경기를 갖는다. 대표팀은 18일엔 홍콩으로 날아가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 달 인도와 홈앤드어웨이로 치른 1, 2차전에서 각각 5-0, 3-0 완승을 거둬 최소한 조 2위를 확보하면서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홍콩도 요르단이 불참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최종예선에 올라있다.

한국과 홍콩은 두 차례 맞대결에서 조 1, 2위를 가려야 한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랭킹 23위로 홍콩(69위)보다 46계단이나 높아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지만 안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이기는 게 최종예선 조 편성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을 꺾고 조 1위가 되면 최종예선에서 북한(5위), 호주(15위), 대만(27위)과 함께 B조에 편성된다.

반면 조 2위로 올라가면 최종예선 A조에 속해 일본(10위), 베트남(36위), 태국(40위)과 만난다.

최종예선 각 조 1위만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기 때문에 북한, 호주가 버티고 있는 B조보다는 일본 외에 강팀이 없는 A조에서 조 1위를 차지하기가 누가 봐도 수월하다.

하지만 일부러 진다는 건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 또 일본과 최종예선에서 패해 본선 진출이 좌절될 경우 차라리 강팀과 맞붙어 경험을 쌓는 편이 나았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지난 5일 대표팀을 마산에 소집해 담금질을 하고 있는 안종관 감독은 8일 "정말 고민이다.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북한은 이기기 어렵고 호주에도 작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0-4로 졌다"며 "아무래도 일본과 결판을 짓는 게 쉬울 것 같은데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고 힘든 선택임을 내비쳤다.

안 감독은 "솔직히 홍콩에 져서 최종예선 A조에 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홍콩이 어떻게 나올 지도 미지수다. 일단 전반을 해보고 어떻게 할 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국 여자축구는 단 한 번도 올림픽 본선에 나가보지 못했다. 실리와 명분 중 어느 것을 택할 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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