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익 칼럼]

장사꾼의 거짓말은 거래의 필수조건이다. 거짓말을 해도 거래가 성사되면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으니까 필요악(必要惡)이 아니라 필요락(必要樂)인 셈이다.

재래시장 가서 흥정할 때는 으레 이거 한 푼도 안 남는다. 본전이다. 밑지고 판다. 하면서 온갖 거짓말을 다 하지만 세상천지 밑지는 장사가 어디에 있을 것인가. 뻔히 거짓말을 하는 줄 알면서도 기분 좋게 속아준다.

거짓말하는 장사꾼도 거짓말을 당하는 구매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중매쟁이도 마찬가지이다. 혼사 말이 오가는 양가를 오가며 상대방을 각색 미화시킨다.

이런 적당한 거짓말은 사랑의 촉매제 구실을 한다. 속을 때 속더라도 유쾌한 거짓말이 된다.

나중에 거짓이었음을 알았다손 치더라도 허허 한바탕 웃으며 넘어가는 수가 많다. 그래서 죄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 잎새라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을 읽어 보자. 중증환자는 창밖의 나뭇잎이 한 잎도 없이 다 떨어지면 자기는 죽는다고 믿는다.

이런 환자를 위하여 늙은 화가가 잎새 하나를 그려 붙인다. 이때 노화가의 거짓 행위는 환자를 살린 진실로 아름답고 장엄한 인간 구원의 상징이다.

거짓말이지만 사람을 살린 숭고한 휴머니즘이다. 그렇다. 소설은 있음직한 일을 그럴듯하게 꾸며낸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가. 이 역시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가의 거짓말은 판이하게 다르다. 정치가들이 허언과 거짓말을 하면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가들의 거짓말 수준은 최상급이다. 굵직굵직한 횡령이나 수뢰 혐의가 있다 하면 너나없이 단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

모함이다.고 오리발을 내밀다가도 수사가 끝나 증거나 물증이 나오면 궁색한 변명만을 일삼는다. 이렇게 정치가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인지도 모른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은 잠들어서도 거짓말을 한다하여 자기합리화의 거짓말을 꿈속에서까지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말은 인간이 가지는 보편적 심리를 말하는 것이지 실제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라는 뜻이 아니다.

미리부터 말해 두지만 금년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별의별 공약이 발표될 것이다. 대선에 도전할 사람들은 아마도 지금쯤 공약을 구상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공약이란 계획단계 부터 참말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국민들은 제시된 공약의 내용이 실현가능한가 아니면 인기 위주의 허황된 허언인가를 사회 각 분야에서 미리 점칠 것이다.

그리고 임기 동안 빠짐없이 실현되는지를 모든 분야에서 점검할 것이다. 공약은 많이 할수록 힘에 버거울 것이고 그 많은 일을 실현함이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공약을 많이 제시하지는 않았어도 그 공약이 꼭 필요한 공약만을 선택하여 정치활동을 하였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어진 다스림을 펼치면 백성이 그 어진 다스림을 기뻐함이 거꾸로 매달림을 풀어줌과 같다. (行仁政 民之悅之 猶解倒懸也)고 맹자는 공손추장구에서 밝히고 있다.

행학정(行虐政)하면 백성은 온전할 리가 없다. 국민을 속이는, 장차 속이게 될 허황된 공약은 삼가고 거꾸로 매달려 있음을 풀어주는 그러한 공약을 제시하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